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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조경태 청문회' 난장판된 기재위, '아이코스' 과세법 처리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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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과세)이 문제는 국민 공론화 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 (조경태 기재위원장)

“위원장은 공정하게 안건을 놓고 여야 의원에게 발언기회 주기 위해 진행해야지 이런 저런 판단에 대해 마이크를 붙들고 마음 놓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당시 배포된 자료에 대해 어떻게 나왔는지 정확하게 경위를 전해드리겠다.” (조 위원장)

“그날 조경태 위원장이 배포한 걸로 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이상으로 모든 의사일정을 마치겠다. 산회를 선포한다.” (조 위원장)

조선비즈

바른정당 이종구(오른쪽 첫번째)·국민의당 김성식(오른쪽 두번째)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자유한국당 조경태 위원장(왼쪽 첫번째)에게 전자담배에 관련한 개별소비세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것과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제출 경위의 문제에 관해 항의하고 있다. 이날 전자담배 관련 개별소비세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모두 상정해서 처리하고자 했으나 조경태 위원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아 처리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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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는 '조경태 기재위원장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과세를 막기 위해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자료 일부 내용이 허위임이 드러나자, 일부 의원들은 조 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책임 공방이 가열되자 조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안 심의는 연말 세법개정 심의로 미뤄졌다.

이날 약 50분 간 진행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2017년도 국정감사계획서를 채택하고 보고 및 서류제출요구와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당초 현재 1갑당 126원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인상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부 의원이 심도 깊은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상정되지 못했다.

이날 논란은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 기재위를 통해 필립모리스측이 허위로 작성한 자료가 의원들에게 배포된 경위를 따지면서 촉발됐다. 그는 "지난 전체회의에서 필립모리스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허위자료를 제출해 기재위의 안건심의를 방해한 행위가 있었다"면서 "결국 조경태 위원장이 안건을 배부하도록 방치 내지는 허용해줬는데 위원장이 해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가 지난 8월 2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해외 주요국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았다. 러시아가 57%,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46%, 이탈리아가 40%, 뉴질랜드 38%, 그리스 35%, 일본 30% 등이다. 일부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세율 인상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직접 출장을 가거나, 현지 정부에 이메일로 문의하는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상당수 국가의 세금 비율이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것과는 달랐다. 그리스는 91.5%, 포르투갈은 83.1%, 일본은 81.6%, 루마니아는 76.9%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행정실장에게 "당시 자료가 갑자기 배포가 됐고, 부총리가 '이건 우리가 파악한 자료가 아니라 필립모리스가 자체적으로 작성해서 보낸 자료인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해당 자료를 배포한 게 누구 지시인가"라고 질의했지만 행정실장은 답하지 못했다.

조경태 위원장은 "그 자료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기재부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종구 의원은 "기재부에선 제출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윤호중 의원은 "이 상황이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경위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런 자료를 위원장이 기재부를 통해 배포한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선비즈가 지난 8월 28일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 영상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국의 경우 (전자담배)세율이 낮다고 했는데, 위원장이 자료를 구해서 기재부를 통해 나눠주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 위원장은 "기재부는 자료를 준비해서 달라"면서 "참고로 이탈리아는 일반 담배 대비 아이코스에 40% 세율을 적용하고 영국은 31%, 덴마크는 19%,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21% 수준이란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자료에 나온 수치와 일치한다.

몇 분 뒤 기재위 의원들에게 필립모리스 측 자료가 배포됐고, 조 위원장은 "지금 의원들에게 해외사례가 배포되고 있다"면서 "보니까 세금 비중이 거의 없는데도 있고 대체적으로 40%를 초과하지 않는 데이터가 여러분께 주어지고 있을건데 참고해서 질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료와 관련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적인 조사가 미흡하기 때문에 필립모리스 자료를 출처를 밝히고 인용했다. 이 자료의 정확성에 대해 검증해봐야 한다"면서 조 위원장에 주장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이후 20여일 만에 속개된 이날 회의에서 조 위원장은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에 부정적인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고 5분여 간 지난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5년 담뱃값을 인상했는데 당시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야당은 왜 견제 못했나"라면서 "이럴거면 정부가 필립모리스의 (국내 시장)진출을 막아라"라고 주장했다. 궐련형 담배에 대한 과세 기준이 미흡해 외국계 담배회사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다.

발언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위원장은 공정하게 안건을 놓고 여야 의원에게 발언기회를 주기 위해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혼자 마이크를 붙들고 마음 놓고 말하는 게 맞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다국적기업이 국가로 돌아와야 할 이익을 누리는 과세사각지대를 방치해도 좋다는 말입니까”라면서 조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경태 위원장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으로 아이코스 등 궐련형 담배에 대한 개소세 인상안은 국정감사 이후 오는 11월에 열리는 세법개정 심의에서야 다뤄지게 됐다. 궐련형 담배에 대한 과세 공백과 외국계 담배회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더욱 심화될 소지를 자초한 셈이다.

한 기재위 관계자는 “상임위 위원장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법안이 회의에 상정되지도 않도록 하는 것은 처음본다”면서 “저런식이면 소위와 상임위 의결을 거쳐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이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신설문제에 관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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