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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취재일기] 러다이트 운동의 교훈, 미래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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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임미진 산업부 기자


‘미래직업 리포트’라는 주제로 취재를 진행한 지 4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인공지능·로봇 전문가들, 경제학자와 미래학자들을 인터뷰하며 두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하나, 미래는 불투명한 것 같지만 사실은 투명하다는 것. 둘, 미래가 두렵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가 투명하다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맞다. 우리는 당장 내일, 내년에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먼 미래는 분명하다. 20년쯤 뒤에, 도로 위에는 반드시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즈음엔 로봇과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 우리의 일을 상당 부분 대체했을 것이다. 이런 먼 미래를 가정하면, 미래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불안감이 다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다가올 일을 놓고, 우리는 ‘정말 그런 일이 닥치는 것이 아닐까’라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뿌리가 깊다.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라 불린 기계 파괴 운동이 벌어진 건 정확히 200년 전인 1811~1817년이다. 수공업자들보다 더 빨리, 정교하게 직물을 짜내는 기계를 없애버리자는 움직임이었다. 이런 저항에도 불구하고 직물 공장은 빠르게 확산했다.

정부도 이런 역사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 1865년 영국이 제정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은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이 법은 자동차의 상용화에 반발하는 마부들을 달래기 위해 제정됐다. 한 대의 자동차가 운행되려면 운전사와 기관원·기수, 3명이 따라붙어야 한다든가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55m 앞에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든가 하는 규제 덩어리였다. 이 법은 21년 간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막았다. 정부가 그리 애를 썼지만 결국 마부라는 직업은 없어졌고, 영국은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잡지 못했다.

미래는 뚜렷하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인데 이를 외면하려는 이들이 지금도 많다. 한국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금지된 몇 안 되는 나라다. 결국 벌금을 내고 철수한 우버는 고급 택시 시장으로, 카풀 시장으로 방향을 바꿔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공유 경제라는 커다란 흐름을 우리는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뒤늦게 시장을 열었을 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뒤처져있을 기술이나 산업이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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