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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Startup’s Story #362] 대기업을 물리치고 살아남은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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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수현 씨는 지난주 금요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아찔하다. 간만에 들어온 소개팅을 3시간 정도 앞둔 상황에 머리도 감지 못했고 2주전 시술한 네일은 반절이 지워져 있는 상태인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회사 동료가 추천해준 ‘헤이뷰티’라는 어플을 썼다. 내가 현재 있는 곳에서 가까운 샵에서, 원하는 시술이 가능한 곳을 찾을 수 있었고 머리와 네일 모두 새단장 하고 나갈 수 있었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네일아트를 비롯해 헤어, 피부 관리실은 ‘예약’을 해야한다. 하지만 전화를 해서 시간을 확인하는 등 과정이 번잡스러웠고,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니라 시술자가 가능한 시간에 맞춰졌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헤이뷰티’다. 헤이뷰티는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용업을 혁신하고자 나온 뷰티 예약 전문 플랫폼이다. 현재 소비자보다 공급자가 입소문 내는 서비스로 자리잡으며 건대와 송파를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 중이다.

이 서비스는 회의실을 예약하듯 간편한 뷰티 업계의 예약을 꿈꾼 임수진 대표에 의해 2015년 탄생했다. 주변에서 편리하고 가볍게 쓰이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9명의 팀원과 달리는 중인 임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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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헤이뷰티 대표



2015년에 처음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간 어떻게 지내왔나.

그동안 셀러와 고객을 잇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O2O 분야엔 수거해서 한꺼번에 배송하는 형태인 ‘배달’형과 셀러-유저를 만나게 하는 ‘플랫폼’ 2가지 유형이 있다. 지금까지는 배달 모델이 잘 됐다.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통제가 쉬웠기 때문일 거다. 그에 비해 플랫폼은 주목받지 못했다.

우린 후자 모델을 취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중요한 건 낯선 매장과 유저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도화된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헤이뷰티는 2년동안 여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우리 플랫폼에서 샵을 선택하는데까지 평균 4분이 걸리게 했다. 예약 성공률은 90%가 넘는다.

여기에 힘입어 7월부턴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었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썼다.

우리는 이 사업이 고객만 많이 모은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봤다. 사용자는 모았는데 불만족스러운 퀄리티가 제공되면 이탈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나. 그러면 사업을 안 하느니만 못한다고 봤다. 9명이 하나가 돼 매달린 것도 그 이유다.

지금은 어느정도는 다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뷰티 업체와 협업을 원하는 기업이나 뷰티 관련 이익단체에서 공유마케팅을 할 때 우리를 찾아준다. 이제는 헤이뷰티가 흔히 쓰이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뷰티업계는 온라인 업체가 진출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우린 오프라인의 생리를 이해하고 뷰티업계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헤이뷰티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업체가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이뷰티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업체가 올린 글이 훨씬 많다. 가입경로를 물어도 지인소개 및 업체소개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그들을 사로잡았나.

헤이뷰티를 쓰면 고객의 재구매가 늘어 난다는 걸 안 거다. 고객 입장에선 헤이뷰티는 언제나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쉽게 되는 서비스다. 사용자 조사를 해보니, 전체 예약의 30%가 밤 10시부터 오전 10시에 결제한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전화 예약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연락하기 어렵던 시간에 예약이 ‘앱’을 통해 가능해짐으로써 시간의 장벽이 무너진 거다. 그리고 고객 60% 넘게 사무실과 수업 시간 혹은 대중교통을 타 있는 동안 예약한다고 응답했다.

모바일 예약이 없던 때를 떠올려 보자. 보통 예약은 업무시간대에만 받는다. 이를 위해 직장이나 학교에서 전화를 해야 한다. 혼자 있는 게 아니라면 전화를 위해 자리도 옮겨야 한다. 시간 선택도 전화를 해봐야 안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반드시 예약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는 꽤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우릴 통해 예약하면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쉽게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쇼가 적은 것도 매력이다. 전화로 예약한 고객은 취소도 전화로 해야한다. 그에 비해 앱에선 클릭 한번으로 취소가 가능하다. 서로 사전 통제가 가능해 노쇼를 줄일 수 있게 된 거다. 이걸로 고객과 점주 모두 설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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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뷰티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



초기 영업은 어떻게 했나?

사업 시작 후 여섯 달은 영업 전문 외주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엔 고객의 입소문으로 다져졌다. 현재 500곳의 업체와 함께 하고 있는데, 공급업체가 적은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 입소문 만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면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헤이뷰티를 업체 사장은 좋아하지만, 직원은 싫어하는 서비스라고도 하더라.

우리 서비스를 쓰는 고객과 업체가 많아진 반면,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은 일만 많아졌기 때문일거다. 일이 늘어난 것에 비해 처우 개선이 덜 된 것도 있겠다. 과도기라고 본다. 많이 버는 만큼 직원에게도 나누는 인식도 같이 개선되길 바란다.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

헤이뷰티의 수익모델은.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수수료와 입점료다. 입점료를 높게 내고 수수료를 낮게 내든지, 입점료를 낮게 내고 수수료를 높게 내는 것 중 선택하면 된다. 수익보단 홍보에 중점을 둔다면 입점료를 적게 내고 매출이 발생했을 때 수수료를 내는게 낫다. 이미 자리를 잡아 매출이 발생중이라면 수수료를 적게 내는 대신 입점료를 더 내면 된다.

네일 말고도 남성 헤어, 피부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 중이다.

남성 고객이 많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남성 고객이 전화 예약을 더 부담스러워 한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예약이 가능한 점을 선호한다. 특히 헤어 분야에선 독보적이다. 90% 넘는 남성이 앱 내에서 미용실을 예약한다.

피부관리 쪽에서도 매출이 많이 발생되고 있다. 네일은 4주에 한번 하지만 피부관리는 대개 1주일에 한번 정도 하기 때문이다. 할 때마다 비용도 꽤 든다. 다만 이를 자주 쓰는 고객은 헤이뷰티의 현재 타깃고객층보다는 나이가 있다. 35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젊은 층이 많이 접하는 SNS채널에 마케팅을 해왔는데, 서비스가 성장하면 이들을 위한 마케팅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네일아트 유통 기업과 MOU를 맺었는데.

흔히 가는 네일샵도 유통 이슈가 있다. 디자인에 따라 필요한 재료가 달라진다. 이때 우리가 유통업체와 함께 하면 새롭게 출시된 디자인에 필요한 키트 및 학습법을 업체에 더욱 쉽게 공급할 수 있다. 우리로선 유통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자 더욱 체계적인 내부 데이터가 쌓이는 이점이 있다.

고객대상 정액제도도 곧 마련된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안전거래를 요청하는 고객이 생겨났다. 특히 웨딩 네일 같이 중요한 날 거금을 들여 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게가 몇 달 뒤에 사라지고 예치금을 보장 받지 못할 수도 있단 걱정에 우리에게 직접 돈을 내고 싶어 하는 고객도 있다. 그만큼 우릴 믿는다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 정액제를 만들면 우리가 받고 가게에 대신 지급하는 형태가 될 거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필요할텐데.

안전을 위해 서버, 예약 승인, 결제 등 모두 부분에서 준비해 놓았다. CRM도 타사와 연동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태생의 서비스는 오프라인과 싸워 경쟁하는 건 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헤이뷰티는 오프라인에서 알아보고 키워준 서비스이니 앞으로도 상생하며 나아갈 길을 찾을 거다.

커머스 영역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생활의 마지막 오프라인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본다. 특히 피부에 닿는 일과 근접한 일을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커머스가 먼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올해 6월 매쉬업엔젤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빅베이슨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를 했다. 후속 라운드도 준비하고 있나.

서비스의 매커니즘이 완비되어 가는 중이다. 이를 검증해 진행하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지는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건 10년이 넘었다고.

미용과 피부관리, 네일아트를 좋아한다. 문제는 피부관리와 네일아트는 업 특성상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에서 전화를 걸어야 하는 과정이 귀찮았다. 그 마저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PC로 검색을 해야했다. 예약이 안되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번호를 찾은 뒤 나와야 했다. 이걸 몇 번 반복하니 예약이 가능한 곳만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마치 회의실 예약 시스템과 같이 말이다. 매진되지 않은 영화관을 찾듯 뷰티 플랫폼도 같은 원리로 만들고 싶었다. 다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을 때는 여력이 안 됐었다. 그러다 스타트업이 문화가 되고 창업 환경이 조성되던 2년전 시작했다.

오래된 숙원을 이뤄가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여러가지를 느낀다. 이전에 했던 일이 서비스 기획과 개발이어서 처음엔 IT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바닥을 다져야 하는 작업이라는 걸 느껴서 방법을 바꿨다. 다소 고돼도 사명감이 있어서 힘내서 하고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 시장이 얼마나 큰 영역인지 안다. 잘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이런 데도 IT적인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세금 보고도 제대로 안 돼 있고 고객 분석 및 재방문율, 어떤 상품이 호응을 얻는 지 등 대략적인 통계도 없다. 뷰티 업계와 IT 업계간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든 세상이 혁신으로 바뀌어 가는데 이쪽 업계만 낙후돼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낙후돼 있는 시장을 바꿔가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우린 통계도 만들고 가격표도 제작해가며 고객과 업체간 정보 불균형을 없애고 있다. 또 실력있는 아티스트도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 뷰티 업계엔 잘하는 아티스트가 많다. 다만 고객이 찾기 힘든 자리에 그들의 가게가 위치해있을 때가 있다. 미용실, 병원 한 켠에 자리잡은 곳도 많다. 실력자가 있는 곳을 발굴하고 고객을 매칭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K뷰티라고 하면 화장품과 성형수술만 생각하지만 서비스 측면의 뷰티도 k뷰티로 자리잡게끔 노력하려고 한다.

창업 전 고려해야 할 게 있다면.

대표가 어느 한 영역에 특화돼 있으면 전체적인 운영이나 급박한 일이 생길 때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기술을 쌓아 두는 게 좋다. 그리고 대표는 구성원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걸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체력과 자본도 갖추고 시작하는게 좋다. 이게 갖춰져 있지 않으면 힘든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 점에서 시니어 창업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업을 하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을텐데.

우선 팀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의리있고 실력까지 겸비한 인재들이다. 헤이뷰티는 모두 팀원들이 만든 거다. 그리고 가족에게 미안하다. 엄마와 아내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서 고맙다.

사업을 하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열심히 버티면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뷰티 업계는 여러 대기업이 눈독 들였던 분야다. 그들이 시장에 진출한다고 할 때 우려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만 살아남았다. 스타트업도 대기업에 이겨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기업이 되고자 하나.

뷰티 업계의 트립어드바이저(세계최대 규모의 여행전문사이트)와 같은 기업이 되는 거다. 트립어드바이저는 리뷰, 예약, 정보탐색,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이를 우리 플랫폼에도 담아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활약하고 싶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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