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통상임금 높은데 최저임금 미달…대기업 근로자만 `혜택 독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

월평균 344만원을 받는 현대중공업 생산직 1년 차 A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됐다. 전국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평균 임금 341만원보다 많이 받지만 최저임금 적용 기준이 되는 기본급 등은 159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씨의 시간당 급여는 6540원으로 내년 최저시급(7530원)에 비해 현저히 작아 현대중공업이 그만큼 기본급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법원이 최근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 해석하는 쪽으로 판결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기본급 인상은 곧바로 연장·야간 근로수당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통 기본급은 정기, 일률, 고정적으로 지급하기에 '통상임금'에 포함되는데, 연장·야간 근로수당이란 보통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급이 오른 만큼 각종 수당 등이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결국 취약 근로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가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도 돌아가는 셈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동안 최저임금은 2013년 4860원에서 2016년 6030원으로 무려 24% 늘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같은 기간 158만원에서 183만원으로 오히려 벌어졌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는 월평균 178시간에서 184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늘리며 월평균 29만8000원을 더 벌어들인 반면 비정규직은 근로시간이 134시간에서 129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월평균 4만1000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노동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내부에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상대임금 격차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취약 근로계층 고용이 악화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수입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아차 정규직이 지난달 통상임금 판결로 4223억원을 받는 등 조직화된 대기업 노조에 유리한 판결이 이어지면서 정규직·비정규직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포함한 연구용역 발주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저임금 산입 범위, 업종별 차등 적용, 가구 생계비,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 및 저임금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결정 구조,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과 관련된 6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30여 년 동안 이어온 '좁은' 산입 범위에 대한 재조정 등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것보다 개인의 역량과 직무 난이도 등이 반영되는 직무급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