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게임 한류’는 일부 얘기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게임주 시장이 활황세다. 특히 중소형 게임주가 급등세를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 등 국외서 잇따라 들려오는 흥행 소식에 '액스'의 깜짝 흥행까지 더해지면서 게임주에 투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곰곰이 짚어보면 흥행 산업 특성상 일부 게임의 성공 사례가 운이 좋게 겹친 것일뿐, 국내 게임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위기라고 보는 게 맞다. 주요 시장 가운데 현지 진출이 그나마 쉬웠던 중국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게임 시장의 빗장을 걸어잠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한국 게임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게임을 앞다퉈 수입하려는 모습은 오래전 일이다.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게임 외엔 먼저 찾지 않는다.

현재 국내엔 중견이라 부를만한 게임사가 거의 없다. 십수년 전 성공한 게임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하면서 산업의 허리라고 부를 만한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든 까닭이다. 이제 바이오, 드론 등 새 먹거리를 찾아나선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대형 게임사와 중소 기업 간의 체급차는 점차 벌어지는 중이다. 올해 들어 대형사 중심의 매출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체급차가 벌어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가 되고 있으나 게이머들 눈높이에 맞춘 수준으로 개발하려면 대형사 외엔 엄두를 내기조차 힘들다. 이 와중에 매출 확보를 위한 쉬운 길을 찾다보니 중국산 게임의 수입이 잇따르는 것이다. 중국산 게임을 수입하는 업태가 반복되다보면 웹게임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국내 웹게임 시장은 중국산이 장악했다.

이처럼 위기 신호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위기가 만성적인 것이 되다보니 체감이 잘 되지 않는 것일까.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대형 흥행작 출현이 분명 고무적이긴 하나, 이 같은 분위기에 취해 한국 게임산업이 진짜 위기를 맞닥뜨리지 않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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