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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단독]‘박원순 비방 광고’ 배후는 원세훈 국정원…보수단체에 돈 대고, 문안까지 작성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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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TF 확인…검, ‘박원순 제압문건’ ‘MB블랙리스트’ 수사

사이버외곽팀 총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3명 구속영장 청구

2011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66)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광고비를 주고 광고 문안까지 작성해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방하는 신문광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야당 정책을 비판하고 시국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도 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과 82명에 이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사이버외곽팀을 총괄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59)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이명박 정부에서 약 1년간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ㄱ보수단체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 박 시장 비방 광고를 내고 각종 정치·사회 관련 시위를 했다는 진술을 당시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간부회의 등에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 단체를 통해 12월1일 중앙일간지 두 곳에 박 시장의 비방 광고를 실었다.

이 단체 명의로 나온 광고에는 ‘박원순 시장은 누구를 위한 서울시장입니까’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박 시장 발언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소개하고 “박 시장이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우려되고 이러한 불법적인 행동이 계속된다면 서울시민들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비방 광고의 크기와 위치를 고려하면 신문사별로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에 이르는 광고비가 집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적폐청산TF 조사에서 “국정원이 ㄱ단체에 광고비를 지원하고 광고 문구도 직접 작성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2011년 6월8일 국회 앞에서 반값 등록금을 비판하는 1인 시위도 했다. 원 전 원장이 “반값 등록금 주장은 야당과 종북좌파의 대정부 공세로 북한도 이를 대남 심리전에 활용하고 있다”라고 대응을 지시한 지 한 달 만이다. 이 단체는 2011년 9월19일에는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좌편향 역사교과서 개정 및 종북 성향 집필위원 즉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12월28일 서울고법 인근에서는 ‘종북·좌편향 판사 퇴진 촉구’ 시위를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이 단체에 전달된 정확한 국정원 자금을 파악한 뒤 관련자 진술 자료와 함께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박 시장 관련 문건과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의뢰를 받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주요 수사 대상이지만 입건자는 늘어날 수 있다.

검찰은 우선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씨는 오는 18일 검찰에 출석해 진술할 예정이다.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결과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은 한 보수성향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문씨와 또 다른 블랙리스트 배우인 김여진씨가 나체 상태로 함께 누워 있는 합성사진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사팀은 이날 원 전 원장 시절 사이버외곽팀에 관여한 혐의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59), 전 외곽팀장 송모씨, 전 국정원 직원 문모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 전 단장은 2010~2012년 원 전 원장 등과 함께 사이버외곽팀에 불법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게 하고 대가로 수십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 전 단장은 2013년 원 전 원장 사건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외곽팀 운영이나 활동 사실이 없는 것처럼 허위증언(위증)한 혐의도 있다.

송씨는 원 전 원장의 공범으로 2009~2012년 하부 외곽팀장 여러명을 동원해 국정원에서 총 10억여원의 활동비를 지급받고 사이버상 불법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2011년 외곽팀을 담당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몰래 사용해 외곽팀장인 것처럼 보고한 후 해당 명의자들의 활동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유희곤·정대연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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