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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제재 나흘만에 ‘90억 北지원 카드’...스텝 꼬인 정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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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제재안 채택 나흘만에 지원안 발표

800만 달러 北모자보건사업에 활용 “전용 가능성 낮다”

야권, 지원 철회 요구..여야 강대강 구도로 번지나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부가 14일 북한의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 제재안 2375호를 채택한 지 나흘 만에 새로운 지원안을 공개하면서 발표 시점 조절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야당은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계획”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급한 지원 판단vs추진 시기는 제반상황 고려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북한 취약 계층의 상황이 열악하다.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지원을 하는 구체적 내역이랄지 추진 시기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할 방침이다.”

서로 엇갈린 주장이 아니다. 모두 통일부 당국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한쪽 입장에서는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지원 시점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도적 지원 추진 발표 속에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불과 열흘이 조금 넘게 흘렀고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고작 나흘이 지났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 발표를 서두른 배경에는 북한 취약계층의 인도적 실태가 열악하다는 판단이 들어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지원 발표를 너무 이른 타이밍에 내놓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지원 내역, 추진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북한의 우리측 대화 제의 무시,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으로 최악의 경색국면이라 할 만하다. ‘더 악화될 남북관계 상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일관된 의지를 보였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제반 여건의 종합적 고려’에 대한 설명이 미진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 오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지원안이 최종 결정되는 점을 들어 “교추협 절차 착수 시점에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 역시 교추협이 왜 21일에 열려야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

◇맹공 펼치는 野..지원 중단해야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아갔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북 지원 검토 소식에 “국민의 귀를 의심케하는 계획이자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계획”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욱이 과거 민주당 정부의 대북 지원까지 엮으면서 “북한에 대한 퍼주기 정책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북한이 연일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이 때에 정상적인 국가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800만 달러 대북지원 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의 이런 계획 발표는 안보불안에 하루하루 떨고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한 심각한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6차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가용할 모든 방법을 찾고 있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런 흐름에 ‘구멍’을 내는 섣부른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닌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유화책을 펼치고 있는 국민의당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지원 전 대표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재개돼야 한다”며 “북한도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과연 시기가 지금이어야 하는가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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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제재나 지원은 여야가 명확하게 입장을 달리하고 논쟁을 벌이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대북 지원안은 추후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도 일단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고 방어논리를 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독자적 지원이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다. 남북 간 직접 소통을 통한 인도적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며 “다른 나라도 하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고 국제기구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지원이어서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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