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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윗 한줄에 세계가 휘청…황당한 `트위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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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대선때 덕 본 트위터, 부메랑 되어 돌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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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새벽 5시 55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에 뜬금없는 글이 올라왔다. "After consultation with my Generals and military experts, please be advised that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will not accept or allow…." 21개 단어, 140글자의 이 문장은 새벽 워싱턴 정가를 깨웠다. '군 수뇌부와 군사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수용하거나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국방부는 발칵 뒤집혔다. 전날 CNN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던 터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리고 10분이 지난 후에 트럼프의 트위터가 다시 한번 울렸다. "성 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결국 앞에 군 수뇌부와 협의한 결과 성 전환자 군복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트럼프의 트위터를 본 미국 관료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로 10분을 보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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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밑도 끝도 없고, 앞뒤 문맥도 없는 트럼프의 트위터는 한두 개가 아니다. 6월 말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해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그리고 한국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한미 FTA는 아직 협상 일정은커녕 재협상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었다.

한때 최고의 소통 수단으로 각광받던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심지어 내용이 틀리거나 거짓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 관료들은 트럼프의 트위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책은 혼선 그 자체다. 해당 부처와 협의도 안 된 내용을 마치 확정된 정책인 것처럼 트위터에 올리는가 하면 구체적인 팩트와 취지가 틀린 내용도 적지 않다.

140자로 제한된 공간에 복잡다단한 정치적·정책적 메시지를 욱여넣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일도 다반사다.

지금은 자리를 떠난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정권 초 정례브리핑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해명에 쏟아부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불법체류자 추방은 나쁜 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했다가 존 켈리 전 국토안보부 장관이 "불법이민자 추방에 군대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고 트위터에서 주장하는 통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해 엇박자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거짓 트윗이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에 트럼프타워의 내 전화선을 도청한 사실을 이제 막 알았다.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이는 매카시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고 오히려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에 대한 의혹을 더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5월 31일 자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잠결에 "계속되는 부정적 언론 'covfefe'에도 불구하고"라는 황당한 트윗을 올려 논란이 됐다.

취임 직전인 1월 16일에는 영국인 이방카 매직에게 자신의 딸 이방카 트럼프인 줄 알고 트위터를 잘못 보내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방카 매직은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트위터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 공부를 좀 더 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해 해프닝이 세간에 알려졌다.

해킹 위험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계 각국 정상들도 주목하고 있다. 자칫 해커들의 무모한 장난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트위터의 가장 큰 문제는 기성 언론에 대한 공격 수단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래 8월 말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은 1430건, 하루 평균 6건꼴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제가 언론에 대한 공격이다.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가짜 뉴스"다.

대통령이 CNN 로고를 붙인 남성을 때려눕히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일화다. MSNBC 남녀 앵커의 외모와 정신 상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트윗을 한 것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몰고 가기도 했다.

물론 기성 언론이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통령의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대선 과정에서 줄곧 자신을 비판하는 기성 언론에 맞서 트위터가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가 됐던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일반 국민이 아닌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감정적으로 나서는 데 대해선 곧이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언론을 비난하는 트럼프의 트윗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원색적인 '막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언론의 비판이 더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트위터를 통해 분쟁을 격화시킨 탓이 크다. 뉴욕포스트는 6월 30일자에 '트럼프의 트윗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Stop. Just stop"이라는 세 단어 사설을 실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를 조롱하기도 했다.

언론을 불신하고 트위터에 집착하다 보니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후 1년간 오바마 전 대통령은 11번,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5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2번의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여론이 이 같은 트위터 정치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함께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대통령의 소통방식으로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트위터 메시지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의견이 60%였고 사실을 오도한 트윗이 너무 많았다는 평가도 63%였다. 언론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의견은 71%였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8%에 그쳐 지난 1월 취임 후 CNN·SSRS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이었지만 지금은 지지율 하락의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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