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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체험기] 완벽한 실패로 끝난 노케미족 체험,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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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과 논란의 시대, 합리적인 의심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기자 체험기] 노케미족으로 일주일 살기_3탄

가습기살균제, 치약, 화장품, 이제는 생리대까지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케미족'(No-chemi 族,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화학물질 공화국'인 우리 사회에서, 노케미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기자가 직접 일주일간, 생활 속에서 화학제품 없이 살아보는 노케미족 체험에 나섰고, 세 편의 기사로 기록했다. 이 기사는 마지막 기록이다. - 기자의 말

베이비뉴스

노케미족 체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처음한 일은 서점으로 가 참고서적을 찾는 일이었다. 내 수준과 생활에 맞는 책을 길잡이 삼으면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이제 와 고백한다. 내 도전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달리 말하면 어느 누구도 ‘노케미족’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은 “화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물질. 또는 화학적 방법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물질”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 마시고 있는 물도 화학물질이다. ‘화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반감과는 반대로, 우리는 화학 없이 살지 못한다. 선뜻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천연’, ‘유기농’ 제품도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이고 완벽한 ‘안전’도 없다. ‘안전’ 앞에는 “현 시점에서”이라는 단서가 있다. 현재 안전하다고 검증된 물질도 미래에 어떤 부작용이 발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도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가 있기 전까지 ‘99.9% 살균’과 ‘안심’을 믿고 사람들이 구입하고 사용했다. 새롭게 발견된 물질보다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의 검증을 거친 물질이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천연 화장품·세제도 변질이 되면 일반 제품보다 위험할 수 있다. 직접 만든다 해도 계량이나 공법 실수로 위험한 물질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합리적인 의심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전 성분 주세요!”

미페 베이비엑스포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3일, 한 예비 엄마가 기저귀·물티슈 부스에서 한참 제품을 들여다보다가 직원에게 말했다. 직원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어머니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물티슈와 기저귀는 항상 문제가 있어와서 걱정”이라며 제품 성분 내역과 각각의 안전성을 깐깐하게 확인했다. 직원도 “아이에게 쓰는 거라서 성분에 예민한 부모님이 많다. 그래서 매번 성분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미페는 계란 파동과 생리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열렸다. 면생리대와 면기저귀 업체 부스는 다른 업체에 비해 현격하게 부산한 모습이었다. 한 천연 화장품 부스 담당자는 성분과 관련한 문의를 하는 방문객이 두 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참가 업체들도 제품 안전성을 맨 앞에 내세워 강조했다.

◇ ‘검색’에서부터 시작한 노케미 생활

노케미족 생활을 하는 동안 정보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체험을 결정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찾는 일이었다. 내 생활패턴과 잘 맞는지와 내 화학지식으로 이해가능한지를 고려해 책을 골랐다. 그리고 항상 갖고 다니며 생활에 참고했다.

검색을 습관처럼 했다. 일상에서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그 제품에는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문제가 있는 성분은 아닌지 매번 확인해야 했다. 위해성 논란이 있던 물질이나 제품을 찾았다면 대체품도 찾아야 했다. 완벽하게 대체할 제품은 찾기가 어렵다. 필요한 기능을 정하고 향이나 질감 같은 부차적인 기능은 포기했다.

대체품을 찾았다 해도 시중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천연제품 전문점이나 DIY 공방 등에서 사야 했다.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야 하는데, 이때도 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사용지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판매 페이지 설명을 꼭 읽는다. 그래도 사용법이나 주의사항을 반드시 찾아봐야 한다.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해서도 안 된다.

체험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화학제품 안 쓰는 중”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뭐가 가장 하고 싶느냐’고 되물어 왔다. 내 답변은 정해져 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 아래서 샴푸와 바디워시로 두 시간 동안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씻고 싶어요. 그리고는 피부에 광택이 돌 때까지 바디로션을 듬뿍 발라줄 거예요.”

주말이 되고 체험이 끝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기간이 끝나고 화장을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기대하던 긴 샤워도 하지 않았다. 뻔히 눈에 보이는 나쁜 성분을 쓴다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뒷면에 붙은 성분표를 유심히 보게 됐다. 최대한 성분이 간결한 제품을 구매했다. 향이 좋거나 색이 예쁘면 일단 샀던 과거와 비교해, 함유성분이 많으면 제품을 내려놓는 일이 많아졌다. 한 제품에 너무 많은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연’, ‘천연’, ‘유기농’이라는 단어나 ‘효과 빠른’, ‘강력한’과 같은 표현에 기대어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지난주, 드럭스토어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가 대대적인 세일을 했다. 행사를 알리는 메일이 오고 문자가 속속 도착했다. ‘대박’, ‘반값’이 나를 유혹했다. 그러나 나는 강해졌다. 충동구매는 없었다. 일주일간의 노케미족 체험은 끝났지만, 나는 기한 없는 '케미-다이어트'를 시작했다.

◇ 화학제품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 화학물질정보시스템(http://ncis.nier.go.kr):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현행법상 허가·금지·유독물질 등으로 분류한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 케미스토리(http://www.chemistory.go.kr/kor): 환경과 보건에 대한 정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제공하는 곳. 유해물질자료나 어린이환경유해인자 DB가 있다.

▲ 화장품을 해석하다, 화해(http://www.hwahae.co.kr): 화장품 성분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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