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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LNG 대 러시아 가스, 유럽의 포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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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영 가스기업 가즈시스템이 남서부 돌니실롱스크주의 두 도시 비에르츠호비체와 체소프를 잇는 가스관을 12일(현지시간) 개통했다. 길이 14㎞에 불과한 가스관이지만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폴란드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려 오랜 시간 애써왔다. 이번 가스관 개통은 폴란드와 크로아티아가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남북 가스 회랑’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다.

폴란드는 비에르츠호비체-체소프 가스관을 북쪽으로 스비에노스치에로 연결하고,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 크르크섬까지 연결하는 남북 가스 회랑 프로젝트를 크로아티아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7월 회랑 연결을 가속화하는데 합의했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무렵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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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대 러시아 가스

스비에노스치에에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 있다. 크로아티아 크르크섬에서도 2019년 완공 목표로 LNG 터미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북 가스 회랑 프로젝트는 결국 두 나라의 LNG 터미널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터미널 연결은 지역 에너지 독립을 위한 것”이라며 “크로아티아와 폴란드의 LNG 터미널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역시 회랑 연결 프로젝트가 폴란드와 중동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정책의 일환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LNG 터미널은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저장하고, 다시 가스 상태로 기화해 수요처로 보내는 설비로 운송·보관 및 공급기지 역할을 한다. 해상운송을 통한 LNG 수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가 LNG 터미널이다. 역으로 말해, 폴란드나 크로아티아가 기존처럼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만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굳이 수 억 달러 비용이 드는 터미널 건설에 나설 이유가 없다. LNG 터미널 건설은 곧 가스 수급 다변화를 위한 필수 단계다. 폴란드,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리투아니아도 2014년부터 LNG 터미널을 가동하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달 말 ‘LNG와 러시아산 가스를 둘러싸고 대륙 스케일의 포커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러시아산 가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에너지 수급 다변화에 나선 중동부 유럽 각국이 터미널 건설 등 LNG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 가스 둘러싼 동·서 유럽의 입장차

중동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서유럽에 비해 훨씬 더 높다. 그래서 가스 밸브 잠그는 것을 무기로 삼는 러시아의 행태에도 한층 더 취약하다. 2012년 기준 폴란드는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80%를 러시아에 의지했다. 체코와 불가리아는 100%, 슬로바키아는 99.5%에 달했다. 서유럽 역시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다고 하지만 차이가 크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전체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6%, 35.7%에 그쳤다.

중동부 유럽의 불안감은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한층 더 커졌다. 노드스트림2는 발트해저 1200㎞를 따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기존의 노드스트림1 루트에 가스관 2개를 추가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5개 서유럽 사업자가 참여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노드스트림2를 통해 보다 싼 가격으로 가스를 수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노드스트림2 이후 가스를 무기삼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포브스는 중동부 유럽 각국이 가스 수급 다변화에 나선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부유한 서유럽에 비해 오히려 더 비싼 돈을 내고 러시아 가스를 수입한다. 둘째, 가스 의존도를 이용해 러시아가 자국을 위협하는 것이 불안하다. 셋째, 러시아와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노드스트림2 이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한층 더 높아진 서유럽 국가들이 개입을 주저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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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효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터미널을 통해 카타르와 노르웨이산 LNG를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산 LNG까지 들여왔다.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 미국산 LNG는 가격경쟁력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운송 비용 뿐 아니라 터미널 보관을 위해 액화하고, 공급을 위해 다시 기화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 그래서 LNG 터미널 투자는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육상이 아니라 바다 위에 선박 형태로 설치하는 부유식 LNG 터미널(FSRU) 도입이 확대되면서 터미널 건설 및 가동 비용이 크게 줄었다. 리투아니아 터미널, 크로아티아가 건설 중인 터미널이 이런 부유식이다.

무엇보다 터미널 건설을 통해 수입다변화에 나서면서 러시아산 가스 가격도 내려갔다. 시장 독점 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2014년 러시아산 가스 100㎏을 수입하는데 48유로를 냈다. 하지만 터미널 가동 이후인 지난해에는 100㎏당 26유로까지 수입가가 내려갔다. 포트폴리오의 효과다.

■에너지 독립 넘어 가스 허브 꿈꾼다

폴란드는 스비에노스치에에 LNG 터미널을 세운 데 이어, 덴마크와 이곳을 연결하는 발틱파이프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덴마크에 들어온 노르웨이산 LNG를 수급하기 위한 가스관이다. 계획대로 2022년 발틱파이프가 가동되면 이곳 터미널을 통한 가스 공급량은 지금의 2배가 넘는 100억㎥까지 늘어난다. 국내 생산량까지 합치면 전체 수요를 초과한다. 폴란드는 발틱파이프 가동에 맞춰 가즈프롬과 맺은 가스 수급 계약까지 끝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남는 가스는 이웃국으로 재수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가스 수입국에서 허브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야심이다.

크로아티아는 LNG 터미널 건설에 들어가면서 아드리아해의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다. 부유식으로 건설 중인 터미널이 완공 후 경제성을 입증한다면 더 큰 규모의 육상 터미널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폴란드처럼 터미널 확장을 통해 가스 공급량을 늘리고 남는 가스는 이웃한 다른 나라에 재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 국가의 장밋빛 계획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발칸인사이트는 “크로아티아는 지역 가스허브국이 되려 하지만,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전했다. 불가리아는 중·서유럽을 잇는 파이프로 가스를 운송해 수익을 거두려 한다. 루마니아는 내년부터 흑해 천연가스 시추에 나선다. 같은해 말에는 불가리아와 루미나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잇는 가스관 건설 공사도 시작된다.

S&P글로벌플래츠는 “경제학은 여전히 정치학보다 강하다”는 논평을 냈다.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하는 수입다변화도 결국 가격 문제 때문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발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즈프롬은 1000㎤당 평균 140~145유로 가격으로 유럽시장에 천연가스를 판매했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산 LNG는 220유로가 넘었다. S&P글로벌플래츠는 가즈프롬과 가스 수급 재계약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폴란드 발표에 대해서도 경제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소리라고 일축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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