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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메모]“사법개혁 저지 의혹 보도는 오보” 한국당 의원의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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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12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많은 부분이 오보”라며 “그 오보도 상당히 치밀한 계획 아래 나오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로 인사 발령이 난 판사에게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축소·저지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해당 판사가 반발해 사표를 내자 다시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으로 법원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 의원은 이 기사의 어떤 부분이 오보이고, 오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제시하지 않으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곤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하는 법관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자가 무슨 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기사를 쓰겠느냐”고 몰아갔다. 이는 취재원으로부터 자료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언론은 기관이 내는 공식 보도자료나 공식 브리핑만 베껴 써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 기사가 제기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은 대법원 스스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권한을 위임해 조사를 벌였던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대책 마련과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판사의 겸임 해제 의혹, 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의 부당성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6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학술대회 축소에 직접 개입하고 이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사실상 지시’를 받았다고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사직한 상태였고, 이 전 상임위원은 징계를 받았다.

“(기사 때문에) 법관들도 충격을 받고 놀라고 있다”는 주 의원 말에 되레 의문이 든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이 문제라는 것이라 황당할 따름이다.

주 의원은 이처럼 생각하는 판사가 있다면 그를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혜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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