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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공론 공작소]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교육과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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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고작 가진 언어가 켜짐(1)과 꺼짐(0)만 있었던 컴퓨터가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사람을 닮아간다. 초창기 컴퓨터의 유일한 장기는 사칙연산밖에 없었다. 빠른 연산 실력으로 숫자를 통해 하는 모든 일들을 해냈다. 계산기는 진화해 컴퓨터에 깔려 있는 엑셀이 됐고 직장인들은 엑셀이 없으면 복잡한 계산 자체를 못하게 됐다. 통계학이 발전하고, 컴퓨터가 다루는 정보처리 용량이 늘고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세상의 모든 일을 예측하는 중이다.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고, 공장에서는 불량이 날 확률을 예측한다.

그럼에도 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간다는 게 체감된 순간은 바로 음성인식과 안면인식부터였다. 터치 패드로 스마트폰을 켤 때만 해도 마냥 편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스마트 스피커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노래를 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올려놓은 사진을 통해 주변 친구들 모두의 얼굴을 읽어 이름을 맞혀 보겠다고 제안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를 넘어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컴퓨터가 인간을 닮아가는 건 수많은 잡동사니 데이터를 수집해 컴퓨터의 일처리 방법인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고, 내부적으로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가장 적합한 것’을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과정(기계학습)이다. 끊임없는 시뮬레이션과 시행착오를 통해 근사치에 가까운 99.99999999%에 도전하게 된다. 많은 엔지니어들은 이를 위해 컴퓨터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인간의 신경망과 뇌처럼 만들려고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러닝’ 기술이 차용하는 인공신경망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 정착시킨다. 컴퓨터가 사람을 흉내 내는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점점 빨라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발전시키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방식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배움’은 오픈소스라는 공개적인 작업 방법으로 수행할 때 더욱 더 빠르고 강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코드 소스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노력해 제작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공개하는 것은, 초창기에는 유료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반대했기 때문이지만 점차 온라인에 있는 ‘엔지니어 고수’들의 코멘트를 통해 자신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나 데이터 분석 방식을 검증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이 됐다. 개인이 구상을 해서 아무리 탁월한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다른 사람 눈에는 부족한 점이나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는 사소한 진리 때문이다.

오픈소스에 기반을 둔 데이터과학 커뮤니티인 캐글(Kaggle)에서는 초심자부터 고수까지 다양한 데이터 엔지니어들과 사회과학도들이 실력을 뽐내면서 더 효율이 좋은 분석 기법을 공짜로 풀어놓는다. 지구상의 모든 인터넷을 장악한 구글은 이 커뮤니티를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집단지성을 통해 좀 더 실현 가능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캐글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작업한 코드를 저장하고 구직을 할 때 여러 명이 동시에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플랫폼인 깃허브(Github)를 활용한다. 자신의 활동이 얼마나 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이 성장하면서 엔지니어들의 일하는 방식 역시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기계학습을 통해 사람을 닮아가고,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공동작업과 집단지성을 통해 학습과 일을 결합하는 혁신의 과정을 보면서 맘이 편치 않다.

당장 지방대의 인문대생들에게 사회학과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아진다. 데이터과학의 쓸모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캐글에서 활약하던 사회학을 배운 데이터 분석가들은 샌프란시스코시 범죄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실제 정책에 도움을 줬다. 선거를 예측하기도 하고, 대학들은 캐글에 지속적으로 공공정책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수리적 판단력과 통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학습자들에게는 분명 이러한 오픈소스 기반의 글로벌 학습망과 캐글 같은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구직과 이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MOOC(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들은 능동적으로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컴퓨터공학, 경제학, 경영학, 수학 수업을 개설했다. 공짜로 청강할 수 있되, 수업료를 내고 과정을 이수하면 학위증을 수여하고 이 중 몇몇은 구직을 보장하기도 한다.

영어만 잘한다면 수학 실력은 평생교육 관점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교육 회사 칸 아카데미는 유치원 수준부터 대학 수준까지 이어지는 수학교육의 로드맵을 구축해뒀다. 펜과 종이가 있고 영어를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면 직접 손으로 풀면서 부족한 수학 실력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한 데이터과학 학습의 문턱은 낮아진 셈이다. 문제는 영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만큼이나 많은 ‘영포자’(영어 포기자)들이 있다. 많은 지방대 학생들은 영어 동영상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수업시간마다 캐글도 알려주고 깃허브도 알려주지만 영어 때문에 학생들은 늘 망설인다. 물론 정부 사업으로 개설된 KOCW나 KMOOC 같은 공개강좌가 있지만, 대부분 대학 수업을 녹화했을 뿐 아직 개별 학생이 필요로 하는 ‘수준별 학습’에는 미치지 못한다.

취업난과 인구절벽 앞에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의 복판, 한국 대학교육과 노동의 양상도 더욱 계층화될 것이다. 더불어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일·학습의 병행 체제는 학생과 일하는 사람들의 경계를 흔들 예정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갱신하라는 압박은 점차 심해진다. 그런데 여전히 전공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학생과, 취업에 도움 되는 쪽으로 하라는 학교 사이에서 수업을 새로 짜야 하나 하는 딜레마부터 풀기가 어렵다. 인간의 감각마저 닮아가고 있는 기계문명의 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취업과는 어느 정도는 동떨어진 전공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일까, 데이터과학과 MOOC 같은 새로운 방식의 학습 모델일까,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공무원 시험 문제집일까, 다른 방향의 삶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대안적인 일자리들일까? 대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한다는 국가는 어떤 미래사회 직업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나? 당장 문과생 채용문 자체가 바늘귀가 된 지금,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 전망을 보여줘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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