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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종합]요즘 '핫'한 靑 청원게시판···소년법·女군복무·한국당 해산 등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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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청와대 청원게시판


뉴시스

회의 중 천장 보는 문재인 대통령


13일 오후 1시 기준 국민 청원 1만3652개 게시

소년법 폐지·여성 군복무 등 논란 의제로 후끈
버스기사 해임, 아파트 이름 변경 등 이색 청원도
청원 올리고 '동의'하면서 정부 실행 촉구 양상
"입법·정책 반영해 달라" 적극적 시민행동 해석

【서울=뉴시스】심동준 위용성 기자 = 지난달 19일 개설된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갈수록 뜨겁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우리 사회의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각종 현안이 속속 올라와 가히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여성 군복무 도입'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등 사회적 갈등 소지가 있는 청원들의 경우 이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입장을 밝히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행동을 적극 촉구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일종의 새로운 정치 참여 공간, 직접 민주주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오후 4시 기준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1만3690개의 국민 청원이 게시됐다. 청와대는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홈페이지 개편을 단행하면서 같은 달 19일 이 게시판을 열었다.

청원 방식은 시민이 정부에 원하는 사안을 작성해 게시판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른 시민들은 게시된 청원이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같을 경우 게시판에 있는 '동의' 버튼을 눌러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게시판에서 유독 뜨거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청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이견이 첨예한 갈등 사안들이 많다. 가장 동의를 많이 얻은 청원은 26만5896명이 지지한 '청소년보호법 폐지', 그 다음은 12만2455명이 동의한 '여성 군복무 도입'이다.

청소년보호법 폐지는 청소년 강력 범죄에 따른 법제도 변화 요구와 미성년자에 대한 법적 보호 가치가 대립하고 있어 일부 사회적 요구가 있음에도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다. 여성 군복무는 병력 감소와 성평등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군 기계화 추세에서 불필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평행선을 걷고 있는 사회적 난제다.

이외 ▲여성 임대주택 70% 지원 정책 폐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반대 ▲여성가족부 장관 경질 ▲자유한국당 해산 심판 청구 ▲수능 상대평가 유지 등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청원들이 많다.

이색 청원들도 눈에 띈다. 일례로 지난 11일 중랑차고지 방향으로 운행하던 240번 버스가 건국대학교 입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 어린 딸만 내린 상황에서 미처 하차하지 못한 어머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한 사건과 관련해 "240번 버스 기사를 해임시켜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가대표 축구팀 사령탑을 맡은 네덜란드 거스 히딩크(71) 감독을 재임용해달라는 청원, 심지어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 '교복을 편하게 입도록 해달라'는 등 사적으로 보이는 요구들까지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정부는 동의를 많이 받은 청원에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는 식으로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성 군복무' 청원을 언급하며 "국방 의무를 남녀가 함께해야 한다는 청원도 만만치 않던데 다 재미있는 이슈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답변 기준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나 각 부처가 성의 있게 답변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청원사항 가운데 청와대나 부처가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은 처리하고 어떻게 처리했다고 알려줘야 한다. 절차나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언제쯤 할 수 있겠다'고 답해야 한다"고 청원 게시판을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직접 정치 참여'에 대한 욕구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일부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 동의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정부에 일종의 실행 압력을 가하는 것과 유사해 적극적인 시민행동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판에서도 특정 의제를 놓고 찬반을 다투거나 부당한 처우를 호소하는 형태의 공론화 움직임은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이뤄지는 공론화는 실제 입법이나 정책으로 연결시켜달라는 직접적인 요구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사회적 갈등은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의 길이 없어 일부 사이버 공간에서 '고발'이나 '토로'의 방식으로 드러나는 편이었다"며 "새 정부에서 갈등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정부가 본인들의 문제를 공론화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고 동의를 눌러 지지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로 뭔가가 이뤄진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정부에 직접 원하는 바를 말하고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라는 기대감을 갖고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며 "정당 민주주의가 약한 우리 정치 상황에서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주장을 무조건 배제하는 태도를 피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들도 있다. 하나의 주장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여론과는 괴리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청원이 전부 실행될 수는 없겠지만 소수라도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소수의 주장을 다수가 공감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경우 공론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인식을 넓히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여론에 대해서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겠으나 모든 사람이 전부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won@newsis.com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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