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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도덕성 검증 사라진 청문회…김명수 대법원장 경력·성향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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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춘천서장이 경찰청장 된 격"

곽상도, "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것"

여당 위원, "인신 공격 지나치다" 반발

김 후보자, "권위, 경력 필요한지 의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하루가 지난 12일 여야는 김명수(58)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다시 맞붙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경력 부족과 이념 편향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이날 오전 10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경력 부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청장이 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춘천지방법원장에서 대법원장 후보로 발탁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도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분이 대법원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김 후보자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약력을 비교하며 질문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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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장 의원은 김 후보자의 경력과 주요 판결을 양승태 대법원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비교하며 “청와대의 인사폭주 정점에 김 후보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과 달리 김 후보자 지명 발표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한 것을 두고 “행정부처 장?차관을 지명할 때 이렇게 한다”고 깎아내렸다. “후보자의 경륜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이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 위원들은 “후보를 폄하하는 인신공격이 지나치다”며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사법부 정치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청와대, 헌법재판소, 법무부, 대법원이 다 같은 색깔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와 관련 기관의 요직을 비슷한 성향의 인물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들이 요직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법원 내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세를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은 이미 대법관 출신이 아닌 대법원장을 임명했고, 50세 대법원장을 임명한 사례도 있다”며 “대법관 경력이 없는 걸 갖고 경험 부족이라고 하는 건 납득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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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 후보자가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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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의원은 “사법개혁 필요성을 공히 인정하고 있고,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이 시점에 기수, 의전 등을 얘기하니 착잡하다”고 했다.

백혜련 의원은 “(청와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 했다면 오히려 더 높은 기수, 나이 많은 안정적인 후보자를 지명했을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동민 의원도 “어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 모습에 이어 청문회가 원칙과 상식의 잣대가 아니라 정치 공방의 장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지금 시대에서 요구하는 대법원장 상이 그와 같은 권위와 경력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법원장의 역할은 전원합의체의 재판장과 사법행정의 총괄자다. 대법원장이 되면 전원합의체가 훨씬 수평적으로 될 테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구현하려면 경험 없는 사람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에 대해 김 후보자는 “두 단체는 판사들의 학술 단체”라며 “판사로서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인 사명에 충실해왔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13일까지 열린다. 13일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촉구하며 14일 간 금식투쟁을 벌인 오현석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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