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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위기의 제2금융권 ①] ‘울고 싶어라’… 핀테크 공습에 법정금리 인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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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대형, 중·소형 간 핀테크 전환 놓고 양극화 심화

저축은행들이 전례 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앞으로 고도의 CSS(신용평가시스템) 이용 전략을 구사하지 못할 경우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권 지각변동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내놓고 있다.

금융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영업도 쉽지 않은 데다, 정부가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제한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수익원이었던 중금리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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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銀, 비대면 채널 서둘러

빅데이터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금융권에 불어 닥치면서 저축은행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을 출시하고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관계형 금융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핀테크 상품 출시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저축은행들은 초기 투자비용 부담으로 인해 핀테크 상품 출시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들의 살 길은 오직 M&A뿐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저축은행 핀테크 상품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SB톡톡’이 있다. 지난해 출시한 비대면 서비스 앱 SB톡톡은 지난달 기준 총 47개사에서 197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기 예금은 1만1742건으로 총 3249억원에 달하며 정기 적금은 2800건으로 34억원에 이른다. 요구불예금은 1만8249건으로 71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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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은행들도 빅데이터, 핀테크,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일찌감치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지털 혁신을 도입했다. 웰컴은 2014년 출범 이후 그해 말에 디지털 전담부 서를 신설해 인공지능과 금융 결합을 연구하고 있다. 웰컴은 인터파크의 인터넷 뱅크 컨소시엄에도 참여하며 사업 저변을 넓히는 모습을 보인 사례도 있다. 또 머신러닝 기반의 CSS를 적용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가 웰컴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월 간편 송금서비스인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핀테크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핀테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나이스평가정보 출신을 이사로 영입, 핀테크 TF를 운영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미래디지털사업부를 신설하며 디지털 서비스 부분을 강화해왔다. OK저축은행은 인공지능(AI) 챗봇 상담시스템 도입과 온라인 상품 라인업 강화, 고객에게 알맞은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중ㆍ소 저축銀, 핀테크 도입? 당장 어려워

문제는 중ㆍ소 저축은행이다. 이들은 대부분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술을 도입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게다가 비대면 영업이 확대되면 관계형 금융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지방의 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고객들은 영업점을 방문하기 때문에 핀테크 부분 사업 강화에는 거리감이 있는편”이라면서 “오히려 비대면 채널을 확장하는 일보다는 점포를 늘려 대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즉 대도시 중심의 편의성 마케팅 전략이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회사 수와 점포 수 지난 2014년 말 240개였던 지점이 지난해 말 245개로 늘어났다. 일부 저축은행은 과거 토마토저축은행처럼 영업시간을 야간까지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총 규모를 볼 때 79개 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약 45조원으로 50조원에 못 미친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해 대형저축은행을 제외한 중ㆍ소 저축 은행이 도태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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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고도의 금융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전에 복병이 하나 더 출현했다. 바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법정 최고금리가 내년 1월 현행 27.9%에서 24%로 인하되면서 저축은행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저축은들은 예상보다 빠른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주요 저축은행의 대출이 대부업금리에 가까운 24% 이상의 고금리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이 높았던 저축은행들은 이번 법정금리 인하로 직격탄을 맞게 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의 가계신용대출은 27% 이상 금리대에 가장 집중돼있다. 금리 24%가 넘어가는 신용대출 비중은 절반 이상인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SB저축은행의 6월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7.10%로 집계됐다. 가계신용대출 83.84%가 27~28%에 몰려 있다. 공평저축은행도 6월 가계신용대출에서 87.58%가 27~28%에 집중돼 있다.

대규모 저축은행도 별반 차이는 없다. OK저축은행의 경우 24% 이상 금리를 적용한 대출 규모가 84.88%다. 특히 대출 규모의 64.91%가 27~28%에 집중돼 있다. SBI저축은행 역시 24% 이상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 규모의 53.65%를 차지했다. 금리 27% 이상인 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34.14%로 집계됐다.

이처럼 저축은행은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금리 조정 고객군이 넓어 수익 타격이 예상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리스크와 수익성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은 대출 심사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 “저축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보다 법인 대출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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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입장 들어보니… “이자 낮출 테니 규제부터 풀어달라”

이렇게 저축은행들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저축은행의 여러 관계자는 신용등급 규정의 변화, 신용등급 세분화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 비대면 서비스 증가로 인한 지역별 금리 차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은 엄연한 규모의 차이가 있고 차별을 두는 것은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2금융권을 이용한 뒤 채무를 성실히 갚은 채무자에 한해서는 신용등급을 잘 올려줘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은 본래 ‘서민의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역할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이에 저축은행을 성실하게 이용한 소비자에 한해서 1금융권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축은행들의 입장이다.

현재 저축은행 대출이 있다면 시중은행 이용이 어렵다. 연체자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면 신용도가 최대 4단계까지 하락하기 때문에 시중은행 여신심사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년간 1금융권 이용이 불가능하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있다면 자동차 할부 구매를 못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저축은행 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할부금융사에서 소비자에게 할부 구매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이는 할부금융사 측 내부 방침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긴 하나 저축은행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성실한 채무자의 소비 활동을 막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다.

저축은행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문제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중도금 대출은 제1금융권에서 받아도 대출 규모와 대출자의 기존 대출 잔액에 따라 신용 평점이 하락한다. 하지만 제2금융권 중도금 대출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신용평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저축은행의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하락 폭탄을 맞은 사례도 있다. 중도금 대출은 부동산을 구입할 때 시공사들이 지정한 곳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대출 지정 장소가 저축은행인 것이 화근이었다. 저축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아파트의 수분양자들은 고금리 부담과 함께 신용하락이 불가피했다.

또 이들은 신용등급 하락과 함께 다른 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산 관리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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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대출금리 사진. 사진=뉴시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경우 대부분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긍하는 추세다. 다만 단계별 인하를 원하고 있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연체율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축은행도 금리를 낮추면 이를 방어할 여력을 지원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외에 대출 총량규제 완화와 2금융권을 위한 별도의 신용등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권별 신용등급 체계를 전반적으로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최근 발을 들이기 시작한 중금리 대출에서 인터넷 은행 등장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물론 인터넷은행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와 고객 특성,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고객군이 겹쳐 다소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의 연구보고서 발표에 의하면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제도권 금융시스템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위치로서의 견고한 위치를 고수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게다가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있는 인터넷은행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또 인터넷은행은 은행들의 주 무대인 주택담보대출이나 집단대출로 영역을 확장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다만 저축은행이 위협받고 있는 부분은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지역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담보 대출이 대부분인 지방의 중ㆍ소 저축은행의 경우 인터넷은행의 중ㆍ저신용 대상으로 영업하는 신용대출 여력에 맞서기엔 규모가 영세하다. 이에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역 서민금융, 지역 대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장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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