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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립유치원 휴업에 워킹맘들 노심초사···"아이들 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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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여의도에 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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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과 유치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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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사립유치원 원장들


"정부 지원금 늘려달라"···18일 이어 25~29일 휴업

맞벌이 가정 "밥그릇 싸움에 학부모와 아이 피해"
유치원 측 "생존권 문제···불편 감수하면 지원 늘어"

【서울=뉴시스】박영주 이예슬 기자 = 11일 오전 10시15분. 서울 사당의 A유치원에 6세 딸 등원을 마친 워킹맘 송모(44·여)씨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사립 유치원의 휴원 때문이다.

송씨는 "유치원이 휴원하면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너무 힘들다"면서 "18일에는 회사를 쉬기로 했지만 만약 유치원이 2차 휴원을 추가로 강행할 경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는 전국 사립 유치원들이 18일 집단 휴원을 예고하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사립 유치원 원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 유치원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18일 집단 휴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차례 휴업 이후에도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25~29일 2차 휴원을 강행할 방침이다.

한유총은 전체 유아의 75%가 사립 유치원을 다니는 만큼 정부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25% 수준인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2022년까지 4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출산율 저하로 유아의 취원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면 재정 상황이 열악한 사립 유치원 대다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유총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이 전체 유아교육의 75% 수준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25%만을 위한 정책만을 하고 있다"며 "유아교육 예산의 경우 국공립을 늘리는 데만 쓰지 말고 사립 유치원 지원금을 늘리는 쪽으로 사용하면 학부모들의 원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당장 아이를 어디에 맡기라고 집단 휴업이냐"며 울상을 짓고 있다. 2차 휴원이 추석 황금연휴(9월30일~10월9일) 직전이라 연차를 쓰거나 대휴를 요구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5세 딸을 둔 김가윤(36·여)씨는 "유치원에서 다음 주 월요일에 휴원하겠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내와 급하게 아이를 봐줄 아주머니를 구하고 있다"며 "2차 휴원이 더 걱정이다. 연휴 전에 회사에 쉬겠다고 말할 수 있는 워킹맘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6세 아들을 둔 권모(33·여)씨도 "다른 아이 엄마들과 12일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뜻이 모이면 유치원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오모(36·여)씨는 "18일은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투명한 국공립 유치원이 많이 생기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정부에 불만이 있다고 사립 유치원들이 휴원하는 피해를 왜 아이와 부모가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업주부들도 사립 유치원의 휴원이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일부 부모는 20만~40만원에 달하는 비싼 유치원 교육비를 환불해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세 딸을 둔 이모(32·여)씨는 "한 달에 특별활동비까지 포함해 약 25만원의 비용이 나간다. 2차 휴원까지 하면 2주 가까이 쉬는 건데 유치원 차원에서 보강을 해주거나 돈을 환불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원비를 덜 받을 것도 아닌데 부모들과 상의 없이 이렇게 휴원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불쾌해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허모(35·여)씨는 "국공립 유치원을 상대로 밥그릇 싸움하느라 휴원하는 불편함을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를 종일 돌봐야 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전업주부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사립 유치원의 일방적인 휴업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들은 "부모들이 국공립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비단 가격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국공립 확충한다고 하니까 쉽게 배를 불리고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벌써 제 밥그릇에 영향을 줄까봐 파업하는 거 아닌가", "어린이 교육에 장사꾼 논리를 없애야 진정한 유아교육이 된다" 등 글을 올렸다.

또 "이유를 떠나 아이들을 볼모로 휴업한다는 방식은 너무나 잘못됐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반대하는 휴업 아닌가. 그러면서 이해를 바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수업료는 다 받으면서 휴업하는 건 너무 뻔뻔하다. 휴원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 보상할 건가요" 등 의견이 있었다.

사립 유치원들은 부모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휴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립 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되면 부모들 또한 유치원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경기 화성시 B유치원 원장 이모(55)씨는 "아이가 경제적으로 약자일 경우 공립 유치원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로또처럼 무작위로 추첨해 공립과 사립을 나누고 있다"며 "부당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모들에게 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부모가 공립이든 사립이든 아이를 잘 가르치는 유치원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C유치원 원장 박모(49·여)씨는 "부모들은 아이의 학습권을 침해받아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사립 유치원은 생존권이 걸려 있다"며 "부모들이 잠깐 불편한 것을 감수하면 효율적으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gogogirl@newsis.com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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