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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은행 블록체인 사업 수주에 핀테크 기업 참여 못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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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가 IBM·KCC정보통신 컨소시엄, 현대정보기술를 따돌리고 지난 6일 은행연합회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수주했다. 시장에는 80억원대 규모의 소규모 사업에 대기업 3사가 각축전을 벌인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 업계는 이번 사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 애초에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의 참여가 불가능했다고 하소연한다.

연합회는 지난해 금융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16개 은행,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은 첫 시범사업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새로운 결제 인증 수단을 도입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수주전(戰)에는 삼성SDS와 IBM·KCC정보통신 컨소시엄, 현대정보기술 등이 주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참여했다. 대기업 SI업체 가운데 LG CNS와 SK㈜ C&C는 일정 문제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8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그만큼 블록체인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록체인은 금융거래 장부를 분산·저장하는 전자 공공 거래 장부 기술이다.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정보를 ‘블록(Block)’ 단위로 만들어 기존 데이터베이스(DB)에 순서대로 연결(Chain)하는 일종의 분산형 DB기술이다. 현재까지는 블록체인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소프트웨어 업계의 신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 SI업체가 수주하는 은행권 차세대 시스템 사업의 경우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이번 블록체인 사업은 대기업이 경쟁하기는 다소 작은 규모다.

조선비즈

사진=각사



그런데 이번 사업에 핀테크 업체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입찰 참가 자격을 ‘최근 3년간 단일 사업으로 50억원 이상 은행연합회 및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전산시스템 구축 실적이 있는 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자격 문턱이 높아 핀테크 업체는 사실상 입찰 참여가 차단됐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이미 블록체인 업체 중에 신뢰성을 인정받은 본인인증 기술을 보유한 곳이 많다”며 “블록체인이 신기술이라 아직 50억원 이상의 시스템을 구축한 핀테크 업체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도 “블록체인 사업 실적도 아니고 전산시스템 구축 실적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고객 인증을 위한 보안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신뢰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보안 시스템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은행들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거래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면서 기술파트너사로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 코인원, 노매드커넥션, 피플인사이드 등 핀테크 업체 5곳을 선정했다. 금융투자업계 사업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동인증플랫폼 구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아직 핀테크 업계를 신뢰하지 않고 정부가 등 떠밀어 핀테크를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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