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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립유치원 3700곳 닷새 휴업, 맞벌이 “애 맡길 곳 없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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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증액, 국·공립 확대 폐지 요구

전국 유치원 2차례 집단휴업 예고

교육부 “불법” 강경대응 나서기로

여섯 살 쌍둥이 딸을 둔 워킹맘 김모(36·서울 동작구)씨는 며칠 전부터 회사에서 근무하다 짬이 날 때마다 친구·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 좀 봐 달라”고 통사정 중이다.

두 아이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이 오는 18일 하루 휴업에 이어 25일부터는 아예 닷새간 집단휴업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여름휴가에 이어 다음달 초 열흘간 추석 연휴가 있기 때문에 이달에는 연차를 더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워킹맘 이모(3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근처 친척들에게 모두 연락해 봤지만 어렵다고 해 결국 시골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올라와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 요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립유치원장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휴업(1차 18일, 2차 25~29일)을 예고하면서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전국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확대와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집단휴업을 예고했다. 이번 집단휴업에는 전국 사립유치원의 90%가량(3700여 곳)이 참가할 전망이다. 한유총은 앞서 지난해 6월에도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하루 집단휴업을 예고했지만 학부모 등의 반발에 부닥쳐 철회한 바 있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만 3~5세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외 독자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보장하며 ▶설립자 재산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전국 4200여 개 사립유치원 중 법인 운영은 50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한유총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현재 24%에서 4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도 반대한다.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국·공립 유치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국·공립 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한 달에 98만원이 지원되는 데 비해 사립유치원은 지원 금액이 22만원(종일반은 29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한유총의 주장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유경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국·공립 유치원 지원액은 시설비와 교사 인건비 등 운영 전반에 투입되는 모든 예산을 포함한 금액”이라며 “사립유치원과 동일 기준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유총 측은 “그동안 사립유치원이 영유아 공교육을 담당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균등 무상교육을 위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당초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영유아 1인당 지원액을 2016년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중앙정부와 각 시·도 간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파행을 겪으면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저출산 여파로 원아 수가 급감하면서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이 크게 늘었다”며 “애초 약속대로 누리과정 지원액을 30만원까지는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집단휴업을 불법으로 보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학부모들도 집단휴업 자제를 요구한다. 학원을 운영하는 학부모 이지영(41·대전시 문화동)씨도 “학원도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휴업을 통보하면 학부모들의 항의로 난리가 난다. 사립유치원들이 학부모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면서 회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균형 있게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진·박형수·전민희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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