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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미FTA 폐기 통보 와도 180일 ‘쿨오프’(냉각) 협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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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통보가 오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다. 개정협상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설혹 폐기되더라도 상품·농산물 등 협정문 일부 조항은 연장해 효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통보가 오더라도 남은 6개월간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쪽은 5일(미국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상·경제분야 참모진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의를 할 예정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협정문에 ‘당사국 일방의 폐기 서면 통보 이후 180일 뒤 종료’라는 문구를 명시해놓은 건 서로가 ‘쿨오프’(냉각) 기간을 충분히 갖고 협의를 지속해보자는 의미”라며 “이 기간 안에 양국 협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통보를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점에서 폐기 서면 통보가 와도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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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폐기를 통보할 경우 향후 전개될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우선, 우리 혹은 미국이 30일 안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쪽으로선 ‘협정문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연장’을 대안으로 내세워 협의에 나설 수 있다. 협정문 전체 폐기가 아니라 상품·서비스·농산물 등 협정문상의 일부 챕터는 효력이 더 유지되도록 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던져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열린 자세로 협의해간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둘째, 일부 조항의 효력 연장이 아니라, 미국이 지난달 22일 열린 특별회기에서 요구한 내용을 기초로 협정문 일부에 대한 수정·개정협상에 돌입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양국이 맺은 협정문의 관세양허표는 두 나라 시장에 생산·유통 중인 1만여개(쌀 제외) 품목의 관세 철폐 일정을 담고 있다.

셋째, 협정이 전면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외신발 ‘트럼프, 폐기 준비 지시’ 발언이 타전된 뒤 우리 당국은 미국 쪽이 ‘개정협상’ 가속화를 노린 것으로 일단 분석했다. 그러나 이제는 ‘엄포’를 넘어 폐기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 통상법인 무역촉진권한(TPA) 125조는 미 대통령에게 통상협정 탈퇴 선언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 의회의 별도 승인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권한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주한미상공회의소(암참)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주한 미국기업과 주미 한국기업들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수혜가 보장될 수 있도록 협정의 지속적 이행을 지지한다”며 “폐기는 양국 경제, 그리고 미국 농축산 및 제조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폐기 가능성이 고조되자 무역협회와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날 “협정이 폐기되면 미국이 더 손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일제히 냈다. 협정이 종료되면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은 이러한 관세율 변화와 수입의 가격탄력성, 현재 수입액 등을 고려해 추정해본 결과, 공산품의 경우 협정이 종료되면 미국의 연간 대한국 수출 감소폭(15억8천만달러)이 우리의 대미 수출감소액(13억2천만달러)보다 클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의 공산품 최혜국관세율(4.3%·수입금액가중평균)이 미국(1.6%)보다 높기 때문이다. 통상 당국자도 “폐기되면 기본적으로 미국의 손해가 훨씬 커진다”며 “공산품에 농산물(한국 평균 수입관세율 55.3%, 미국 3.8%)까지 포함한 수입관세율(가중평균)이 우리는 6.9%인 반면 미국은 2.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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