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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근로복지공단 노조 2심 승소…항목별 통상임금 유권해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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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신의칙' 불인정…"2013년 대법 판례 취지 따르면서 세부 내용 규정"

향후 유사 재판 잇따를 듯…근로기준법 개정 본격화 예고

연합뉴스

근로복지공단 전경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재판에 이어 근로복지공단 통상임금 2심 재판에서도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3일 노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2천983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사측은 근로자들이 청구한 시간 외 수당 차액분 174억 원에 퇴직 관련 급여를 포함해 189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산재·고용보험 서비스와 산재 의료 서비스, 노동자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민간기업에 이어 공공기관까지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들이 잇따라 승소한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는 정기상여금이 주요 쟁점이었다.

고법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외에 급식보조비·장기근속수당·교통보조비·직급보조비·맞춤형 복지 포인트·임금(기본급+상여금) 소급 인상분까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판부는 "직급보조비는 7급 이상 직원들에게, 직책수당 경비는 3급 이상의 직원들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 판결은 2013년 12월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 취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구체적으로 세부 항목별로 어떤 부분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더 자세히 규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1임금 지급기(1개월)를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매달 지급되지는 않지만, 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쪽으로 산정지침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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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서 노조 일부 승소(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부가 임금을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한다"고 정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이번 소송에서 노사 간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맞춤형 복지 포인트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통화의 형태로 지급되지 않는다거나 사용처가 제한된다고 해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복지 포인트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순수한 은혜적 금품'이라는 사측의 주장을 "복지 포인트가 단순히 호의적 은혜적으로 제공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현실에서 근로자의 노동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 그 지위에 따라 발생한다는 생활 보장적 임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고법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또 다른 쟁점인 노사 간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 수입·지출 구조가 민간기업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청구가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데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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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이처럼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재판과 근로복지공단 통상임금 2심 재판은 향후 유사한 통상임금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20건에 이른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통상임금 관련 소송 가운데 대한적십자사와 코스콤 등 29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노사 간 통상임금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정치권은 물론 재계, 노동계에서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2013년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위원도 지급 시기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금품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입법 미비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입장차가 현격해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방점을 찍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번 판결로 기업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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