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뿐인 호들갑 대책… 또 졸음버스 참사

경찰 "운전사 졸음운전 가능성 커"

천안서 8대 연쇄추돌 부부 사망

감속 없이 그대로… 졸음 여부 조사

오산서도 유사 사고로 5명 부상

2일 오후 3시 55분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8중추돌 사고 당시고속버스에 부딪친 차량의 뒷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연합뉴스

주말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 2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정부가 7월 경부고속도로 졸음사고 직후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일선에서는 이를 지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 55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천안-논산고속도로 순천기점 265.5㎞지점에서 A(57)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산타페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고속버스는 전남 고흥~서울을 운행하는 정기 노선버스다. 이 충격으로 산타페 승용차가 앞에 있던 혼다, SM5 승용차 등을 들이받는 등 6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주말을 맞아 나들이에 나섰던 산타페 운전자 B(48)씨와 부인 C(39)씨가 숨졌다. 또 고속버스 운전사와 연쇄추돌을 당한 승용차 탑승자 등 9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처리 여파로 사고지점에서 5㎞에 이르는 구간이 1시간 넘게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몰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산타페 차량을 들이받은 것으로 볼 때 졸음운전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이날 오후 8시15분쯤 경기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 진ㆍ출입 램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당시 서울방면 도로로 진입하려던 고속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 있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뒤를 따르던 차량 3대가 잇따라 들이받는 등 5중 추돌사고가 나 승용차 운전자(32)씨 등 5명이 다쳤다.

경찰은 고속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발생한 사고 모두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면서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가 앞서 서행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7중 추돌사고 이후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버스나 화물차량 같은 사업용 차량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운전자 노동여건 개선과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했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깜박 졸다 일어난 사고들이 잇따르면서 정부의 대책발표가 무색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초까지 사고 예방을 위해 버스 운수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버스 회사 등을 상대로 방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안=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