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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중3, 수업 따로 수능 따로… 중2는 고입·대입 모두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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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1년 유예]

文정부 수능 개편안 추진에 폭탄 맞은 중학교

중3, 내년 통합사회·과학 배우지만… 내신에만 반영, 수능엔 출제 안돼

중2, 자사고 등 우선 선발도 폐지

중학생들 "우리는 김상곤 세대"

학부모들 "애들이 실험용 쥐냐"

교육부가 31일 '수능 개편 1년 유예' 방침을 발표하자, 일선 교육 현장에선 "개편안을 연기한 것은 다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8월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두 가지 개편 시안(①안 네 과목 절대평가, ②안 전 과목 절대평가)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해도 부작용이 우려됐는데, 이를 해소할 최소한의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2학년 학생들은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분노의 중학교

교육부의 수능 개편 1년 유예 결정으로 중3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수능 시험 과목이 다른 첫 사례가 됐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문·이과 모두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지만, 정작 수능에선 이 과목이 제외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교육부가“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31일, 중학교 학생들은“앞으로 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내년 고교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배우는 첫 세대가 될 현재 중3 학생들은 고교 학습 과목과 수능 시험 과목이 달라 혼란이 크고 학습 부담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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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영역에서도 수업과 수능이 따로 놀면서 엇박자가 발생한다. 현행 수능에서 수학영역 가형(이과 수학)은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기하는 개정 교육과정에선 진로선택 과목이다. 그러나 현행 수능을 그대로 보게 되면서 상당수 이과생은 기하를 필수로 배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 출제 범위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교육부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박문수 청원여고 교사는 "수능 개편안 발표를 1년 유예하려면 개정 교육과정 적용도 나란히 미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 부담은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수능을 그대로 보면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2가지 과목이 내신에 추가된 셈이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부터 수능이 크게 바뀌면 현 중3은 재수할 경우에도 불리하다.

중학교 2학년은 생각지도 못한 폭탄을 떠안은 격이다. 이들은 내년에 발표될 수능 개편안 적용 1호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침을 가져간다는 분석이 많아,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중2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들은 또 외고와 자사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한다는 고교체제 개편 대상이기도 하다. 수능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고교체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깜깜이 고입'을 준비해야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금 중2들에게 문재인 정권 교육정책 종합패키지가 한 번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중2 자녀를 둔 이모(48)씨는 "우리 아이가 실험용 쥐도 아닌데, 이번 정부에서 하고 싶은 교육정책을 이것저것 다 적용해보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박모(37) 교사도 "학생들에게 내신이든, 수능이든, 학생부종합평가(학종)든 뭐든 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며 "중학생들은 자신들이 새 정부 교육 실험 대상이 됐다며 스스로를 '김상곤 세대'라 부른다"고 말했다.

"공약과 현실 사이 스텝 꼬여"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 것은 "공약(公約)과 현실 사이에서 스텝이 꼬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절대평가'라는 공약을 추진했지만, 막상 교육 현장 반발에 부딪히자 부랴부랴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이날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실제 교육부는 김 부총리 취임 이후 약 한 달간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전 과목 절대평가인 ②안을 밀었지만,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무렵인 8월 10일에는 단계적 절대평가 확대인 ①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학부모들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달 중순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상당수가 정부 수능 개편안에 등을 돌린 것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30~40대 엄마들이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데, 이런 수능 개편안 갖고는 엄마들이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를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청와대, 민주당에서 '일단 내년 6월 지방선거 넘기고 발표하라'는 의사를 (김상곤) 부총리에게 전달한 걸로 안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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