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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파장] ‘경영상 어려움’ 모호한 판결…노사갈등 불씨 더 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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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유사소송 시달릴 듯
현대重 등 최근 소송 보면 1심.항소심 판결도 엇갈려
신의칙 규정에 예고된 혼란.. 입법.판례 등 기준 필요성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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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결론이 노조 측의 사실상 승소로 일단락됐으나 개별 사업장 노사 갈등의 불씨는 더 커졌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여부를 결정짓는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대법원 판례를 통해 엇갈리고 있는 하급심 교통정리를 해주거나 새로운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급심 엇갈린 판결에 혼선

8월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재계는 이번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할 경우 기아차가 부담할 금액이 기본급과 수당, 퇴직금 변동 등을 아우를 때 최소 1조원 안팎에서 최대 3조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산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의칙 판단의 근거가 된 '경영상 어려움'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 최종심 판결 등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재계는 추가 유사소송 등 악재에 한동안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재판부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 내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진행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한국GM, 현대미포조선 등 사건의 경우 1심은 "추가 임금 지급으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추가 법정수당 지급 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측에 힘을 실어주는 정반대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불필요한 분쟁 줄여야

법조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에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대되자 전원합의체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정기적(정기성), 일률적(일률성), 고정적(고정성)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통상임금을 정의했다.

그러면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게 원칙이지만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칙에 따라 임금채권 소급 청구를 불허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신의칙이란 서로 신뢰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회사가 어려워질 줄 알면서도 근로자가 무리하게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은 회사와 신뢰를 깨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를 경영상 어려움으로 봐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을 키워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의 100인 이상 사업장 1만여개 중에서 192곳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77곳만 노사 합의와 법원 판결로 소송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은 무려 35곳이 99건(평균 2.8건)의 통상임금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 전문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2013년 12월 대법 판결 이후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대체로 인건비 비중,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당기순손실, 당기순이익 등이 신의칙 적용 요소로 고려됐으나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의 변동 등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만한 다른 요소도 얼마든지 있다"며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법절차나 판례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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