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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드보복 이후 베이징현대차 '한지붕 두가족' 갈등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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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기차, 국영기업으로 '정치논리' 우선시 배경…
중국 정부, 현대차 볼모로 '韓정부 사드 압박'설도]

머니투데이

왼쪽부터 천홍량 베이징기차고분 총재, 리펑 베이징기차그룹 부총경리, 장원신 베이징현대기차 총경리, 쉬허이 베이징기차그룹 동사장, 양웅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장시용 베이징기차그룹 총경리, 정락 현대자동차 부사장, 천꾸이샹 베이징현대기차 상임부총경리가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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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50 지분이니 한쪽의 일방적 결정은 있을 수 없다. 서로 상의해 접점을 찾겠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대외협력 담당)이 31일 작심 발언을 했다. 중국 합작사(베이징현대차)의 현지 파트너사인 베이징기차와의 갈등설을 두고서다.

'관시'(關係)를 고려해 평소 같으면 침묵할 수 있었지만 거침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고, 다급하단 방증이다. 중국 시장에서 외부는 물론 내부와의 투쟁도 겪고 있는 셈이다.

2002년 베이징현대차 설립 후 중국 시장에서 고도 성장기를 질주할 땐 '한지붕 두가족' 체제가 견고했다.

중국은 외국 완성차 업체의 단독 진출을 막고 있기 때문에 지분 절반씩을 보유해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각각 생산, 재무를 주로 전담하며 협력했다.

지난해 현지 시장에서 현대차의 제품·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낮아지고 있단 안팎의 쓴소리가 나올 때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했다.

그러나 올 3월쯤부터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까지 더해져 판매가 반토막나자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베이징기차는 공산주의 국가 중국의 주요 국영기업이다 보니 현지 정부의 의중에 따라 충분히 정치 논리가 재무제표보다 우선할 수 있다.

쉬허이 베이징기차그룹 동사장(회장)도 지난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과 시장 경쟁 환경으로 베이징현대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베이징기차 측은 표면적으로는 판매량이 추락한 베이징현대의 목표이익을 맞춰야 한다며 협력업체들에 30% 가까이 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거센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중순부터는 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대금 지급을 무작정 미루고 있다.

현대차가 직접 대금을 주고 싶어도 베이징기차와의 조율이 없으면 집행이 어려운 구조다.

정 사장은 이날 "20~30% 단가인하는 과하다는 게 현대차 입장"이라며 "그렇게 되면 협력업체들 다 망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국으로 동반 진출한 한국계 1차 협력업체(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 포함)가 140여개, 2차 업체가 370여개로 파악된다.

지난주부터 대금을 못 받은 한 프랑스계 부품업체(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베이징현대 중국 4개 공장 가동이 멈췄다가 전날 재가동 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사드 보복 이슈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이란 분석이다. '제2, 제3의 베이징잉루이제'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나마 판로가 넓은 외국계 부품업체는 '대담하게' 반발이라도 하지만,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계 부품업체들은 속앓이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일부 군소 협력업체의 화의신청 문의도 나온다는 설이 돈다.

한 한국계 협력업체의 A회장은 "베이징기차가 막무가내로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베이징기차 직원들은 '공산주의 국가 공무원'인 셈인데 사드 이슈 이후 부품사를 대하는 태도가 싸늘하게 달라진 걸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대차를 따라 중국으로 온 한국계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기 쉬운 중국 토종 업체로 물갈이해 사실상 보유 지분 이상의 경영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다음달 새로 가동 예정인 베이징현대 충칭 5공장에는 중국계 협력 업체들이 일부 신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시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한국 대표기업인 현대차를 볼모로 한국 정부에 사드 이슈와 관련한 '무언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된다.

A회장은 "가장 절망적인 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20년 전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힘든 경영 환경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사드 보복 이슈에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사측 패소, 노사 문제 등 그룹이 IMF 이후 최대 내우외환을 겪으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위기경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시복 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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