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형 회장, SNS에 弔煙文 올려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이 담배를 애도하는 글까지 쓰며 금연을 결정한 연유를 얘기하며 싱긋 웃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그동안 고마웠네, 43년 정든 친구여/바늘이나 담배나 한낱 작은 물건이지만/삶의 위로가 됐으니 아쉽고 안타까움이 같지 않은가.’
애연가로 알려진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신민형 회장(62)이 최근 담배를 끊었다. 조선시대 유씨 부인이 27년간 아끼던 바늘을 잃고 쓴 조침문(弔針文)을 언급하며 쓴 조연문(弔煙文)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주변 애연가들은 ‘좋아요’를 눌렀다.
28일 만난 신 회장은 금연 후 두 번째 고비라는 3주를 갓 넘긴 상태였다. 공식적으로는 43년, 고등학생 시절을 합쳐 비공식적으로는 45년째 담배를 피웠다. 인생의 3분의 2를 담배와 함께한 셈이다. 2014년 시민단체 한국담배소비자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해 흡연실 설치사업, 청소년 흡연 예방운동, 담뱃값 인상 반대운동 등 흡연자 권리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1992년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전신인 ‘예절바른 담배문화운동중앙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담배 소비자들의 권익을 찾는 데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신 회장이 담배를 끊은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매일 한 갑 이상 피워온 그는 “환갑을 넘기자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더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미리 끊었다”고 말했다. “담배와 ‘백년해로’할 육신을 지켰어야 하는데, 담배를 감당할 수 없는 내 몸을 애도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아쉬운 미소가 번졌다.
신 회장에게 담배는 ‘마누라처럼 편안하고 친구처럼 위로가 돼준’ 존재였다. 세상 사람들이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욕할 때도 그는 담배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담배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궁합이 맞는 사람이 적절한 양만 즐기며 피우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담배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친구나 아내와 다툰 뒤에도 담배 한 대만 피우고 나면 ‘내 탓이오’가 되니 평화가 이뤄졌다”며 껄껄 웃었다. 신 회장의 부인은 “억지로 끊느니 차라리 담배 피우고 환한 얼굴을 가지라”며 담배를 사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과 건강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기록적인 무더위를 보인 이달 초, 신 회장은 부인과 함께 집 근처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신 회장은 “젊을 때는 담배를 끊겠다고 하면 짓궂은 친구들이 독종이라고 놀리며 입에 담배를 억지로 물려주곤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잘 생각했다’며 오히려 도와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애연가가 담배를 끊었으니 회장 자격이 없다”면서도 여전히 담배에 대한 예의를 강조했다. 흡연을 할 때에는 맛있게 피우고,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 배려하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금연 비결을 묻자 “스트레스 받으며 억지로 끊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며 “필요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끊는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자녀들도 장성하고 사업도 걱정이 없으니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담배를 향해 “더 이상은 너의 위로가 필요할 것 같지 않지만, 40년 옛정은 잊지 않으마”라는 이별사를 남겼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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