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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백기 든 통신3사 "요금 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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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신규 가입 선택약정 할인율 25%로"… KT·LGU+도 따를 듯
당초 "소송 불사" 강경 입장
정부의 각개격파 공세에 굴복
요금 추가 인하 나설지도 관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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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하 문제를 놓고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해온 통신업계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29일 "SK텔레콤이 신규 가입자의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을 25%로 높이라는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굳혔다"면서 "최고경영자(CEO) 결재가 나면 정부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부터 이어온 정부와 통신업체 간 줄다리기가 일단은 정부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지 않고 요금 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산업은 정부 규제 권한이 워낙 막강한 데다 통신업체들이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정부의 파상 공세·각개 격파에 '백기'

통신업체들은 당초 정부의 요금 인하안에 "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지면 통신 3사의 연간 매출이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통신업체들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5G(5세대) 통신에 대한 투자 여력을 훼손한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논리였다. 통신 3사는 정부가 요금 인하 조치를 강행할 경우 재량권 남용과 과도한 시장 개입 등을 이유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도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3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하고, 지난 10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요금 인하안을 원안대로 관철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통신업계 내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일을 감히 거스를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통신 3사에 "소송을 제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18일 정부가 통신 3사에 선택 약정 할인율을 올리라는 '행정처분'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49%의 최대 사업자로 통신요금 인하안을 막후에서 이끌어온 시민단체들의 전략적 타깃이 되어 왔다. 통신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유죄판결 이후 SK그룹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통신업체 간 '막후 타협'설(說)도

정부는 여세를 몰아 월 2만원짜리 보편적 요금제 실시, 단말기 보조금 분리 공시(제조사와 통신사 보조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 등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추가 정책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들이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이번 요금 인하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29일 정부 과천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기존 가입자에 대한 소급 적용안을 통신 3사에 설득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자 할인도 (통신 업체들에는) 버겁다"면서 "(기존 가입자도) 1~2년만 지나면 25% 할인의 혜택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할인율 소급 적용은 포기하고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통신 업체들이 한발 물러선 만큼 보편적 요금제 실시 등 추가 요금 인하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신업체들에 일정 부분 양보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통신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마케팅 지원과 투자가 줄어들면 2만여 영세 유통점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 정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5G 투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편적 요금제 입법 과정에서 통신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주거나 주파수 경매 비용을 깎아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 장관은 그러나 "5G 주파수 경매 가격을 낮춰 줄 것이란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딜(deal·거래)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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