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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플러스] 환경단체 의견 뭉개더니…몇 달 뒤 터진 생리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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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분 생리대, 또 환경단체가 먼저 문제 제기 /‘릴리안’ 부작용 사례 잇따라 / 여성환경연대, 검출 사실 통보 / 당국, 논란 거세진 후 뒷북 대응 / 원인 물질·위해성 파악도 못 해 / 소비자, 판매사 상대 소송 준비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당국의 침묵 또는 소극적 대응→몇 달 뒤 논란 확산 → 당국의 대응.’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살충제 달걀’ 파문과 닮은 형태로 확산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현재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나 문제가 된 유해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가 없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일보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당국에 생리대 유해화학물질을 규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22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으나 당국의 본격적인 대응은 최근 논란이 거세진 뒤에야 나왔다.

24일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건강 이상을 경험한 여성 300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보자 2명 중 1명(49.7%)이 생리나 자궁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유형별로는 질염(51.4%)이 가장 많았고 생리불순(38.1%), 자궁근종(13.5%) 등의 순이었다. 여성 5명 중 3명 이상(65.6%)이 생리주기 변화를 경험했고 주기뿐 아니라 생리 양이 줄어든 경우도 5명 중 4명(85.8%)에 달했다. 응답자의 68.0%는 전보다 생리통이 심해졌다고 답했고 48.3%는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같이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물질과 인체 영향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식약처가 검사하는 생리대 품질관리 기준은 형광증백제, 산·알칼리, 흡수량 등 9개 항목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포함돼 있지 않다.

세계일보

주요 유통업체들이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을 판매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


식약처는 “세계적으로 생리대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한 나라는 없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현재 논란 중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의 검출량 및 위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당초 계획인 내년 11월보다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미흡한 관리 기준으로 인해 깨끗한나라는 21일까지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반박하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전날 릴리안 전 제품에 대한 회수·환불 처리를 결정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피해배상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고 주요 유통업체들은 릴리안 생리대 판매를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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