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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임금격차 해소 우선 과제 ‘양보’보다 ‘역할’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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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신임 노사정위원장 인터뷰

경향신문

문성현 전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65)이 1년 넘게 공석이던 대통령 소속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23일 “균형감과 전문성이 뛰어난 노동 분야 전문가로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노동 존중 사회 실현에 기여하고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설립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문 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임금격차 해소가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가동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등을 지냈다. 단병호 전 의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과 함께 ‘문단심’으로 불리던 민주노총 중앙파 핵심 인물이었다.

문 위원장이 1989년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구속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를 맡는 등 청와대와의 인연도 깊다. 지난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지원했다.

노사정위원장에 민주노총 출신 인사가 위촉된 것은 처음이다. 노동계의 불신 해소 및 노사정위 복귀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1999년 정리해고법 도입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탈퇴했고 한국노총도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양대지침을 강행하자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계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읽히지만 노사정위 성격이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적인 노정·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법제도 개정이 우선”이라고 밝혔고, 한국노총도 “노동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노동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 일문일답.

- 노사정위의 최대 과제는.

“임금격차가 대단히 심각해서 노동자들 삶과 경제적 활력에 문제가 있다. 격차 해소가 국가적 어젠다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 활성화와 격차 해소는 문재인 정부가 얘기하는 소득주도 성장론과도 맞아떨어진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놓고 노사정,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대화기구를 가동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본다.”

- 지역·산업·의제별 대화틀도 중요하다고 문 대통령이 강조했는데.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임금격차 해소같이 큰 어젠다를 설정하고 목표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은 중앙이 해야 한다. 하지만 조선업과 자동차업 임금구조가 다르고, 사무직과 제조업이 다르다. 개별 기업부터 업종별, 그룹별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노사정위는 그런 다양한 노력을 묶어내는 허브 기능을 해야 한다.”

- 노사정위는 지난 정부에서 식물기구로 전락했다. 노동계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1999년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탈퇴할 때 금속연맹 위원장이던 내가 앞장섰는데 이제는 내가 노사정위원장이 됐다. 그동안 노사정위에서 노조의 요구는 부차적인 것이 되고 기업들의 요구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졌다.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첫번째 할 일은, 노조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함께할 수 있는 조건이 되도록 하겠다.”

- 노동계, 경영계에 바라는 점은.

“임금격차의 해법을 찾으려면 (노사정이)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양보’라는 표현은 그만 쓰자. 양보보다는 각자 ‘역할’을 할 지점이 있다. 나는 노동 출신이니, 노동이 중심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1차 과제로 삼고 있다. 시대적 상황이 그렇게 바뀌었고, 대통령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으니 노동도 역할을 하도록 해보자는 생각이다.”

-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의 역할은.

“노사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많은 영역에 이해관계를 둘러싼 차이가 존재한다. 노사 간 합의 구조가 잘 만들어지면 사회 전반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겠다.”

<김상범·김지환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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