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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한·중 수교 25주년]“한류, 한산했던 공연장 살릴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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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택시기사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어딘지 몰랐어요. 한국, 대한민국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거죠. 남조선이라고 해야 겨우 알아들을 정도였습니다.”

한재혁 주중 한국문화원장(50)은 22일 한·중 수교 직후 중국의 일반 시민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한 원장은 수교 직후인 1995∼1999년, 2002∼2006년에 이어 지난해 세 번째로 베이징의 문화원장 겸 대사관 문화공사참사관으로 부임했다. 한·중 문화 교류의 ‘산증인’이다.

‘한류’는 수교 후 양국 관계 발전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다. 수교 후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분야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이 터지면서 가장 먼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수교 직후 정부가 문화 교류를 적극 장려했다. 한 원장은 “1992년, 93년에는 한국 정부가 드라마 판권을 구매한 후 영사관 문화홍보관에 보내 방송사에 방영 의사를 타진했다”며 “당시 홍콩 ATV와 교섭해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인기를 끌자 매주 토요일 2시간씩 한국 콘텐츠를 방송하는 ‘코리안 아워(Korean Hour)’가 생겼다”고 밝혔다.

1997년 중국 관영방송인 CCTV가 황금시간대 방송한 <사랑이 뭐길래>가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 그룹 H.O.T 공연 성공을 계기로 한류(韓流)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드라마 <가을동화> <대장금>,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연달아 히트했다.

2006년부터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드라마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 배우·감독의 중국 진출 등 합작 형태로 한류 유통 방식이 변했다. 드라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는 TV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높아진 규제 속에서도 히트작을 생산해 온 한류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으로 한국 콘텐츠 회사 투자, 합작, 한국 가수 공연, 배우 출연 등이 사실상 금지됐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은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한류가 민족정서와 연관돼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한류를 제재하면 한국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억대 연봉 제의를 받고 지난해 베이징으로 온 한 스타 PD는 “사드가 터지면서 모든 업무가 올 스톱됐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중 수교 이후 마늘 파동, 동북공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갈등이 있었지만 사드만큼 양국이 격하게 대립하지는 않았다. 사드 갈등이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문화 교류의 냉각기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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