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ESC] 무슬림 관광객 모시기···분주한 여행·음식·숙박업체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한겨레

지난 8월7일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에서 어묵을 사먹고 있는 말레이시아 무슬림 관광객.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슬림 관광객 100만 시대’.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이 98만6천명을 기록했다. 전해(2015년)보다 33%나 증가한 수치다. 허용된 음식만 먹어야 하고, 하루에도 5번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들은 어디서 식사하고 기도하며 여행을 할까.

한겨레

최근 국내에서 ‘할랄 푸드’(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가 조명을 받으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국내 관광 인프라는 아직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할랄 인증 식당은 물론, 기도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마저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어 무슬림들의 각 지역 여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관광 기관·업계가 무슬림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당장 사드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함에 따라 관광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고, 앞으로는 17억명에 이르는 무슬림들의 관광 잠재력이 새 블루오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슬림 관광객 유치는 식품·생활용품 등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할랄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한류 영향으로 한국을 자주 찾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관광객은 무슬림이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0% 이상, 말레이시아는 60% 이상이 무슬림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16년 방한 무슬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무슬림 관광객들이 할랄 음식이나 기도실 등 무슬림 친화 관광 인프라가 부족해 여행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행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보면 숙박시설(67.0%), 쇼핑 장소(69.0%), 교통수단(72.0%), 공항(69.1%) 등은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으나, 음식(46.3%)과 종교활동(16.3%)에선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무슬림 관광객의 대부분(93%)은 할랄 인증 식당이 몰린 서울에만 머물거나 서울을 중심으로 여행했다. 춘천 남이섬(48%)을 찾는 이들도 많았는데, 남이섬은 할랄 인증 식당과 기도실을 갖춘 여행지다.

응답자의 절반쯤(48.6%)은 여행 전에 방문을 계획했지만 가지 못한 여행지가 있다고 답했다. 제주도(31.8%)·부산(15.9%)이 그런 곳이다. 제주도에는 기도실이 단 1곳(이슬람성전)뿐이고, 할랄 인증 식당은 전무하다. 부산에도 기도실은 공항을 포함해 2곳, 할랄 인증 식당은 1곳뿐이다. 가고 싶었지만 불편을 우려해 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무슬림들이 비이슬람권 나라를 여행할 때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음식과 기도실’에서 나온다.

먼저 기도실을 살펴보자. 국내의 무슬림 상설 기도시설은 학교·병원·대형호텔·지역공동체 시설까지 포함해 모두 78곳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이 이용 가능한 곳은 28곳(이슬람성원 포함)뿐이다. 이 중에서도 순수 관광지에 설치된 기도실은 인천공항·남이섬·롯데월드·에버랜드·서울랜드·쁘띠프랑스·코엑스 등 11곳에 불과하다.(이상 한국관광공사 자료)

관광 경쟁국인 일본의 경우 전국 공항 11곳과 대형 쇼핑센터 14곳 등 모두 57개 시설에서 무슬림 고객 기도실을 운영 중이고, 해마다 설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대만도 전국 18곳의 관광안내센터를 비롯한 31곳에서 관광객을 위한 기도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롯데백화점이 유통업계 처음으로, 지난 8월16일 개점한 ‘잠실점 에비뉴엘’에 기도실을 설치하고 무슬림 고객 유치에 나섰다. 약 50㎡(약 15평) 규모로 남녀 기도실을 분리하고 세족실도 갖췄다. 대형 쇼핑센터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나는 데 따른 대응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무슬림 관광객 구매에 따른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무슬림 관광객 98만여명
호텔ㆍ리조트 식당 등 '할랄 음식' 제공 크게 늘어
백화점도 무슬림 겨냥 기도실 설치


한겨레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할랄 레스토랑 위크 코리아’를 즐기는 말레이시아 무슬림 여성 언론인들.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할랄 식당’의 경우는 해마다 상황이 나아지는 편이다.

국내의 식품 및 식당 할랄 인증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와 한국할랄인증원을 통해 이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의 신뢰성을 인정하는 국내 기관은 이 두곳뿐이다. 지난해까지 이들 기관을 통해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은 14곳이다. 식당 주인이 무슬림이거나, 이미 잘 알려진 할랄 식당이어서 굳이 인증을 받으려 하지 않는 곳(자가인증 식당)들도 있다. 이들을 포함하면 할랄 식당 수는 더 늘어난다.

문제는 같은 무슬림이라 해도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할랄 인증’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동지역 나라들이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은 엄격하지만, 이른바 세속국가로 분류되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 등은 느슨한 편이다. 돼지고기만 제외하고, 술을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을 허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런 점에서 관광공사가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무슬림 친화 식당 분류제’가 눈길을 끈다. 할랄 식당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눠, 무슬림들이 처지에 따라 이용 가능한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첫째 이슬람교중앙회 등 공인된 기관의 할랄 인증을 받은 ‘할랄 공식인증 식당’, 둘째 운영자·조리사가 무슬림이고 스스로 할랄 식당임을 밝힌 ‘무슬림 자가인증 식당’, 셋째 할랄 음식을 일부 팔고 있는 ‘무슬림 프렌들리 식당’, 넷째 할랄 음식을 팔지는 않으나 돼지고기 요리는 취급하지 않는 ‘포크 프리(돼지고기 없음) 식당’ 등이다. ‘공식인증’이나 ‘자가인증’ 식당은 어떤 무슬림이라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기존 할랄 인증 식당 14곳과 특급호텔 식당 등을 포함한 전국 135개 식당이 이 분류제에 참여해 선정됐고, 올해엔 143개 식당이 새로 참여 신청을 했다. 관광공사는 이들 식당에 대해, 전문가들의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자격 기준 미달 업소를 걸러낸 다음 총 240개의 ‘무슬림 친화식당’을 선정해 8월21일 발표했다. ‘할랄 인증’ 업소 14곳, ‘자가 인증’ 21곳, ‘무슬림 프렌들리’ 171곳, ‘포크 프리’ 34곳이다. 240곳 가운데 서울 지역 업소가 102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경상권(83곳), 경기·인천권(19곳) 차례다.

관광공사 쪽은 앞으로 해마다 1회씩 신규 참여 신청을 받는 한편, 기존 선정 업소 방문조사 등을 통해 자격 기준 미달 업소를 제외시킬 방침이다.

이들 식당에 대한 홍보 등 지원도 이뤄진다. 올가을엔 서울지역 무슬림 친화 식당들이 참여하는 관광객 할인행사, 유명 무슬림 셰프 초청 행사, ‘할랄식당 주간’ 행사 등을 벌일 예정이다. 전국 무슬림 친화 식당과 기도실의 위치, 이들을 바탕으로 짠 여행 코스 안내 등을 담은 ‘무슬림 한국 여행 가이드북’과 관광지도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한겨레

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신민규 차장은 “무슬림 관광 시장은 이제 막 뜨고 있는 잠재력 큰 시장으로, 아시아권뿐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등 세계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무슬림 친화 관광 인프라 확대와 함께 무슬림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할랄(Halal) 푸드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할랄’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의 합성어. 이슬람 율법에 의해 허용된 식품과 음료, 식재료 등을 뜻함. 최근에는 대량 생산·유통되는 식품에 비해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음.





무슬림 친화 식당 운영하는 호텔과 리조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무슬림 친화 식당 분류제’를 운영 중이다. 8월 현재까지 ‘무슬림 친화 식당’으로 선정된 전국 240개 식당 가운데 호텔과 리조트의 식당은 모두 32곳(‘무슬림 프렌들리’ 등급 포함)이다. 할랄 음식을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호텔도 2곳 있다.

△서울 롯데호텔 서울(5곳)=도림, 피에르가니에르, 모모야마, 무궁화, 페닌슐라

△서울 더플라자호텔(4곳)=세븐스퀘어(뷔페), 도원, 무라사키, 투스카니

△서울 그랜드힐튼호텔(2곳)=그랜드힐튼 뷔페, 에이트리움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피스트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패밀리아

△서울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호텔=파크카페

△서울 에이큐브호텔=에이큐브식당

△서울 호텔프리마=카페 아로파

△서울 베니키아프리미어 베르누이 호텔=베르누이식당

△부산 롯데호텔=무궁화

△강원 강원랜드호텔=카페 더 가든

△경기 롤링힐스호텔=블루사파이어

△경북 호텔현대 경주=호텔현대식당

△울산 호텔현대 울산=호텔현대식당

△경북 호텔금오산=레인보우

△서울 한화 63스퀘어(5곳)=백리향, 슈치쿠, 워킹온더클라우드, 더치더스카이, 63푸드키친

△강원 대명 비발디파크(4곳)=더파크에비뉴, 미채원, 쉐누, 향토음식점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곳=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 서울 롯데호텔월드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