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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미 FTA, 美측 공세 이어지나 ···"쟁점 논의 수주간 계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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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현대자동차 파업돌입, 선적 기다리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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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담 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성명

USTR, "공동위에서 제기된 쟁점에 대해 몇주간 논의 계속"

【세종=뉴시스】우은식 기자 = 한미FTA 공동위 특별회기 서울회의가 지난 22일 마무리되면서 향후 협상의 향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첫 만남에서 양측은 아무런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선방했다는 점, 앞으로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에선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미국측이 회담후 곧바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성명을 냈고, 앞으로 수주간 논의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을 여러 무역장벽을 없애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USTR은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제기된 쟁점에 관한 논의를 향후 수주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선(先) 공동조사 조사 제안에 대해 미국 대표단이 “워싱턴에 돌아가서 검토한 이후 우리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한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특히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성명이나, 이를 홈페이지에 올린 USTR은 이와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USTR이 “논의가 수주간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실상 한국측 제안을 거절한 게 아니냐는 성급한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에서 “불행히도 너무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이 협정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협상이 우리에게 이러한 장벽과 다른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한미FTA가 발효된 이래 미국의 상품수출은 줄어든 반면 한국과의 무역 적자는 거의 3배나 증가했다. 미국 서비스 수출은 지난 4년 동안 거의 성장을 못 했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을 다루겠다는 한국 측의 동의를 실제적 성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며 이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이번 서울회의는 한계가 적지 않았던 만큼 상호 탐색전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측 수석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회의가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탐색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 이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의 30분간의 수석대표 회담을 화상회의로 진행했으나 상호간의 의견을 주고 받은 정도였다.

이어진 8시간 마라톤회의를 통해 미국측은 ▲무역 불균형 해소 ▲한미FTA 이행촉구 ▲한미FTA 개정 및 수정협상 개시를 요구했고, 우리측은 한미FTA 효과 및 무역적자에 대한 한미 공동 효과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어떤 결론도 없이 끝나자, 우리측이 미국이 준비한 '한미FTA 개정협상 본격 개시' 전략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심지어 야당에서도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이 선방했다'는 호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이 밀리지 않았다고 해서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흐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로버트 라이저 성명에서 보듯 미국측의 한미FTA 개정협상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측에서는 이번 서울회의 내용에 대해 한미FTA문제와 안보문제를 연계해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이 '공동조사'를 역제안하면서 미국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됐고, 협상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협상을 그르칠 가능성도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재 3주 간격으로 열리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매진하고 있어 한미FTA에 대한 우리측 주장을 검토해 답변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견해도 나오지만, 이 또한 낙관적 시나리오일 수 있다.

우리측이 제안한 '한미 FTA 효과 및 대미적자 원인에 대한 한미간 공동조사'를 미국측이 받아들일 경우 최소한 6개월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선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때문에 미국측이 거세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마냥 한미FTA 개정협상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측도 개정 협상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서울회의에서도 미국측이 제기한 자동차·철강 무역적자 부분에 대해 우리측이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를 통해 논리적으로 일일이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흑자의 경우 지난 2015년 258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7월까지 96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줄어들었다는 점을 미국측에 제시했다.

게다가 미국산 무기 구입비가 한 해 50억달러를 넘는다는 점과 서비스 분야는 우리측 무역적자가 143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양국간 균형이 맞춰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155억달러로 우리의 미국차 수입액 17억달러에 비해 9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을 미국측은 공략포인트로 삼고 있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한미FTA 체결이후 한국 시장에서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증가율은 37.1%에 달하는데 반해 우리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은 12.4%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철강의 경우에도 한미FTA 이전 관세부과율이 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철강 분야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한미FTA의 탓을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업 분야의 무역수지를 조정하는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민간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역이 보다 호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하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이 '효과분석'을 제시한 것 또한 향후 진행될 개정협상에서 미국측 뿐만 아니라 우리측에게 불리한 협정 문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에서 미국측이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비스 교육 분야 등에서는 한국측의 무역적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FTA를 통해 '양국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게 된다'는 리카르도의 국제무역 모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 미국측이 한미FTA 개정협상을 갖자고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시 특별회기를 갖자고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내년초 예정된 5차 한미FTA 공동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측의 답변이 오기 이전에 실무적인 협의 같은 것은 지금 생각을 안하고 있다"며 "우리 패이스대로 답을 받고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마냥 한미FTA 개정협상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시작된 한미FTA 개정협상에 우리측의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해 서비스 분야,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미국의 무역구제 남용 등 우리가 얻어낼 부분에 대해서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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