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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특파원+] 북한 핵공격? 자본주의화 유도?…‘대안 해법’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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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이 ‘대화’, ‘제재 강화’, ‘군사옵션’으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인 비핵화 대화에는 응하지 않음에 따라 단기간 내에 대북 협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북 제재에 굴복해 핵·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거듭된 대북 제재에도 불구 5번의 핵실험과 2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강행했다. 마지막 남은 군사옵션으로 미국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을 투입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미사일을 지하 동굴에 감춰놓았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외과 수술식 선제 타격으로 미국이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고, 북한의 보복 공격만 유발할 수 있다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은 현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대안으로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상호확증파괴전략 수용, 북·미 비밀 협상, 자본주의 이식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Minuteman) 3`가 발사되고 있다. 미 공군은 이날 미니트맨 3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핵 선제공격


미국의 보수 성향 일간 신문인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는 군사 전문가 케빈 제임스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공격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대북 핵 공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대북 억지력 유지와 군사옵션을 통한 핵·미사일 시설 제거 등 두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냉전 시대에 통했던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유지 수단이 북한에는 먹히지 않는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는 상대국의 핵 공격에 관한 ‘잘못된 경보음’을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가 가동됐으나 북한과 미국 간에는 그런 장치가 없어 기술 장애, 인간적인 실수, 군사적인 오판 등에 따라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우려해 대남 공격 등을 먼저 감행할 때는 핵 공격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정권을 축출하고, 북한의 군사력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선제 타격을 할 때는 필연적으로 전략핵무기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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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확증파괴 전략 수용

미국의 안보 전문가 데이비드 안델만은 CNN 방송 기고문을 통해 “호리병에서 나온 북한의 핵무기를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될 것이고, 대북 설득을 통해 이를 막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상호확증파괴’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확증파괴는 냉전 시절에 미국과 옛 소련 간에 적용된 전략으로 핵 보유국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한 나라가 핵 선제공격을 가해도 다른 나라가 핵무기로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상호 파괴가 확증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도 21일 ‘한국이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점점 핵 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편한 결론에 도달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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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웜비어로 보이는 인물이 북한 억류생활을 끝내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 렁큰 공항을 통해 귀국해 구급차에 옮겨지고 있다. 신시내티=AP연합뉴스


◆막후 협상


미국과 북한은 극한 대치 국면에서도 ‘비밀 막후 협상’을 통해 북한에 식물인간 상태로 억류돼 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북한과 미국 간 비밀 접촉에는 미 국무부의 조지프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나섰다. 미국의 경제 전문 채널 CNBC 방송은 21일 북한과 미국 간 비밀 막후 협상이 여전히 유용한 문제 해결 수단이라고 보도했다.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CNBC와 회견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는 역사적으로 비밀 막후 대화 채널이 가동됐고, 현재에도 이 채널이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벨 연구원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막후 대화 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고, 현재 그런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막후 협상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되면 공식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막후협상론자의 주장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난 5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 채택 이후 추가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대화를 향한 경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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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남(왼쪽) 북한 사격대표팀 코치와 여자 권총 조용숙이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로 사격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한국 스마트폰을 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자본주의화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네이션’은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FPI) 대표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 문제의 해법으로 북한의 자본주의화를 제안했다. 페퍼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너무 늦었다”면서 “이제 전쟁을 피할 길을 찾는 일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페퍼는 “미국이 지난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한의 장벽에 머리를 들이박았지만, 북한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머리만 깨지도록 아팠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폐쇄 사회로 반체제 인사도 없고, 대중 집회도 열 수 없는 곳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북한에 자본주의식 장마당이 들어서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페퍼가 강조했다. 페퍼는 “북한에서도 중산층이 생겨나고 있어 북한의 DNA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싹이 트고 있어 이 싹이 잘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퍼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 제재 조치가 북한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한의 자본주의화를 촉진함으로써 북한에서 점진적으로 부드러운 정권 교체가 이뤄지도록 유도해 나가는 게 북한 문제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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