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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Health Journal] 그들도 못피한 男毛를 고민…수천년간 이어온 `탈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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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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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0년께 '서양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해 아편과 고추냉이, 비둘기 배설물, 고추, 사탕무 등을 혼합한 약재를 사용했다.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염소 오줌을 통해 탈모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했다.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 역시 탈모증을 두려워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만큼 자신의 권력도 사라진다고 생각해서다. 머리에 양모제를 바르고,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가 결국 자신의 탈모를 가리기 위해 월계관을 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셰익스피어는 탈모의 고통을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탈모는 저주의 영역에 속한다. '구약성서'에서는 대머리를 놀리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신이 내린 형벌'로 정의한다. '이사야서'에는 "그렇다면 너희는 향내 대신 악취를, 허리띠 대신 밧줄을, 치렁치렁한 머릿결 대신 대머리를…얻을지라"라고 경고한다. 기독교 성자 중에서도 탈모증을 겪은 인물이 있다. 바로 베드로다. 예수 몰래 빵 한 조각을 모자 속에 감췄는데, 빵 조각 크기만큼 머리카락이 빠지는 벌을 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렇게 수많은 남성들을 괴롭히는 고민거리였던 탈모의 역사는 오래됐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탈모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손쓸 수 없던 탈모, 20년 전 시작된 치료의 역사

무수한 노력과 위안에도 불구하고 탈모는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여겨졌다. 2000년이 넘도록 인류, 특히 남성들이 이겨내기 힘들었던 탈모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한 약품의 개발로 '저항할 수 있는' 질병의 범주에 들어서게 됐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미국 머크(Merck)사의 먹는 남성형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가 등장하면서다. 프로페시아는 이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남성형 탈모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2000년이 넘는 탈모의 역사에 비해 20년이라는 탈모치료의 역사는 극히 짧지만 속절없이 빠지는 머리카락을 세면서 눈물짓던 수많은 남성에게는 깜깜했던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대 의학과 생물학으로 탈모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나마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유전적 요인이다. 탈모 유전자는 부계와 모계 모두에서 유전될 수 있다. 아버지가 유전자 보유자이고 어머니가 미보유자라면 자녀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은 50%다. 탈모에 대한 속설 중 '탈모는 대를 걸러서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유전자가 있어도 간혹 발현되지 않거나 완전히 발현되지 않을 때를 착각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탈모 유전자를 확인해 보려면 친가와 외가 2대 조상과 조상의 형제들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부차적인 요인으로는 스트레스와 계절의 영향이 꼽힌다. 고협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머리카락이 빨리 빠지게 한다고 한다. 다만 유전적 요인에 의한 탈모와 스트레스에 의한 탈모는 진행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는 대개 원형탈모이고 치료가 가능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탈모는 보통 이마선이나 정수리부터 진행되고 치료도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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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가닥 빠지면 탈모로 추정

대략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100가닥 이상인 상태가 지속될 때 유전적 탈모로 의심된다. 물론 탈모 증세가 없는 보통 사람도 머리카락 수명 주기에 따라 하루에 수십 가닥이 빠질 수 있다.

단 머리카락이 100가닥 이하로 빠진다고 해도 △이마나 관자놀이 선이 점점 후퇴할 때 △머리 앞부분이나 정수리 머리숱이 줄어들거나 가늘어질 때 △기상 후 베개 근처에서 밤새 빠진 상당한 수의 머리카락이 꾸준히 발견될 때 △머리를 감을 때나 말릴 때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때 등은 유전적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감지된다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지킬 수 있는 머리카락 양이 달라서다. '탈모일까, 아닐까'로 주저하기보다 검진을 받고, 판정을 받으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는 동전 크기 정도로 어느 부위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진다.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이 개선되면서 저절로 회복된다. 자연스레 털갈이를 하는 휴지기 탈모도 모발의 성장 주기에 따라 회복이 된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에 의한 남성형 탈모의 근본적 치료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약물이 거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효과 있는 치료 방법으로 검증돼 있다.

전립선비대증 연구서 얻어낸 탈모치료제

학술적으로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AR(5알파 환원효소)와 결합하며 생겨나는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가 일으킨다고 분석된다. 탈모의 원인이 DHT에 있고, 이를 조절하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전략적 연구에 의한 결과였다.

1974년 도미니카공화국 남자 중 일부에서 효소 5AR의 결핍 현상이 발견됐는데, 이들은 DHT 수치가 매우 낮았고 전립선 크기도 작았으며 남성형 탈모나 여드름도 없었다. 연구진은 이 현상에 착안해 효소 5AR의 작용 차단을 인공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연구진들은 이 약품이 전립선 비대증과 함께 탈모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결국 머크는 5AR 중에서도 남성형 탈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제2형 5AR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DHT 수치를 낮추는 약물 개발에 성공했다. 남성형 탈모치료에 효과적인 피나스테리드 1㎎이 담긴 프로페시아가 나오게 된 것이다.

피나스테리드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의 성분인데, 프로스카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탈모방지 효과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해 탈모치료제로 새로 태어나게 됐다. 즉 피나스테리드가 몸에서 하는 일이 바로 5AR를 없애서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DHT 조절을 통해 DHT가 머리카락 모근을 공격하고 머리카락 성장을 방해하는 현상을 막기 때문에 이 기전을 통해 탈모가 방지된다. 물론 완벽한 100%는 아니고, 보통 92% 정도의 변환 저지율을 보인다고 한다. 피나스테리드 역할은 어디까지나 천천히 진행되게 만드는 것인 셈이다. 결국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치료제라는 뜻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등장한 프로페시아는 올해로 FDA 승인 20주년을 맞이했다.

프로페시아는 출시 이후 줄곧 남성형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세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머크는 이 같은 배경에 다양한 대규모 장기 임상연구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한다. 5년간 18~41세 남성형 탈모 환자 15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 10명 중 9명이 모발이 다시 자라거나 더 이상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치료 효과를 경험했고, 7명에게서는 가시적인 발모 효과가 나타났다. 또 앞머리와 정수리는 물론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는 모든 부위에서 모발 성장 효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이 같은 효과로 인해 프로페시아는 일본 피부과학회가 발표한 남성형 탈모치료 가이드라인(2010)에서 가장 강력하게 권장되는 A등급으로 선정됐고, 유럽피부과학포럼의 남성형 탈모치료 가이드라인(2011)에서도 1차로 추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출시된 프로페시아는 17년간 남성형 탈모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08년 프로페시아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의약품 90여 개가 출시됐지만 원조를 넘을 수는 없던 것이다.

탈모치료제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가 같은 성분(피나스테리드)을 쓰는 탓에 약물 오용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로 중장년층에서 나타나는데, 최근 20대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2012년 93만명에서 지난해 117만명으로 26% 늘어나는 사이 20대 환자는 1317명에서 2161명으로 64% 늘어났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10~20%대에 그친 중장년층을 압도하고, 80세 이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싼값에 탈모치료제를 구입하려는 탈모 환자들이 늘어난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적용으로 훨씬 값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젊은 층이 탈모치료용으로 쓴다는 얘기다. 한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에 처방되는 약물은 보험이 적용되지만 탈모치료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의 약값 부담 차이가 크다"며 "이런 이유로 일부 탈모 환자들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약물을 처방받은 뒤 이를 소용량으로 쪼개 탈모치료용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탈모 환자에게 전립선비대증 처방전을 내는 행위는 의료법상 명백히 불법"이라며 "성분은 같아도 각각의 질환에 사용하는 용량은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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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이식도 '풍성한 머리'는 어려워

약물 치료를 제외하면 모발이식은 현재까지 치료법 중 가장 확실하다. 다만 머리카락이 생기는 것이지만 인위적인 이식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탈모를 멈추게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래서 모발이식을 하더라고 유전성 탈모가 심하면 피나스테리드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보통 수술 전 6개월 이상 약물 복용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모발이식 이후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이식한 머리만 남아 있고 원래 있던 나머지 모발들이 빠지는 사례들도 더러 보고된다. 문제는 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금전적 여유와 노력만 있으면 사실상 탈모를 모발이식으로 커버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의 머리를 모두 채우는 데 필요한 모발은 10만모 이상인데, 보통 상대적으로 풍성한 뒷머리 모발을 이식해서 심는 방식은 1·2차 수술을 해도 최대 6000모가 한계다. 머리숱이 어느 정도 있어도 탈모가 없는 사람 만큼의 머리숱을 갖긴 힘들다는 얘기다. 뒷머리 이외에 수염이나 다리털, 가슴털 등을 이식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으나 이 역시 머리숱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양인 데다가 머리카락과 모발의 성질은 차이가 난다. 체모이식은 유럽에서는 훨씬 널리 사용된다고 하는데, 이는 서양인이 몸에 털이 많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

한의학에서도 탈모는 예의 주시하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두피열(熱)'로 인해 탈모가 일어난다고 본다. '두피열'은 일상생활 속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육체적 피로 등으로 체열 불균형 상태가 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두피열이 발생하면 두피의 피부장벽 기능이 떨어져 두피의 건조함·각질·염증·지루성 두피염이 생겨 이는 모공출혈·모발수명 단축과 탈모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뜨겁고 마른 사막에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이 두피열이 머리를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발머스한의원의 연구 논문 '탈모증 유발 요인과 한의학적 치료 효과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탈모환자의 97.4%가 두피열을 체감하며 그로 인한 앞머리 탈모, M자 탈모, 정수리 탈모, 스트레스 탈모, 원형탈모, 산후탈모, 갱년기 탈모 등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탈모클리닉에서 권장하는 탈모 예방책

이처럼 근본적인 탈모 해결책은 없지만 약물 치료·모발이식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제시되고 있다. 즉 △너무 뜨거운 물에 머리를 오래 감지 말 것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세게 닦지 말 것 △왁스나 스프레이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머리를 감고 나서 잘 것 △샴푸를 쓰기 전 충분히 손에 거품을 낸 뒤 사용할 것 △린스를 쓸 때 머리카락에 집중하고 최대한 두피에 닿지 않도록 신경 쓸 것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할 것 △스트레스를 되도록 적게 받을 것 △헤어드라이기를 너무 가까이 대거나 오랫동안 쓰지 말 것. 되도록 자연스럽게 말릴 것 등이다.

항간에 떠도는 모자를 쓰면 탈모가 심해진다는 얘기는 낭설이다. 거꾸로 바깥에서 모자를 쓰는 것이 오염이나 자외선에서 두피와 머리카락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탈모 환자들이 대부분 이 시점부터 머리를 숨기려고 모자를 쓰다 보니 모자가 탈모에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또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는 행위는 오히려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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