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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양희송의 내 인생의 책] ③우치무라 간조 | 양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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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크리스천을 생각하다

경향신문

나는 요즘 뒤늦게 20세기 초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기독교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대학 시절 민경배 교수의 한국교회사 강의를 들으며 김교신(1901~1945)을 소개받았고, 어쩌다가 지금은 김교신 선생 기념사업회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김교신 선생의 ‘제자의 제자’뻘인 무교회주의자들뿐 아니라 국내의 김교신 연구자들이 얼추 다 모여 있다. 덕분에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많다. 관심은 김교신을 넘어 그의 스승 우치무라 간조에게로 가닿고, 아울러 당시에 영향력이 컸던 가가와 도요히코의 생애도 새겨보게 된다.

양현혜 교수가 쓴 이 책은 부제가 ‘신 뒤에 숨지 않은 기독교인’이다. 19세기 말~20세기 초는 동아시아 전체가 서구에 의한 강제적 근대화를 겪던 중이었고, 한·중·일 세 나라는 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자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서로는 서로를 향해 전쟁도 치르고, 지배와 피지배를 경험했고, 징그러울 만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 역사적 조건 위에서 개신교인들의 자리는 매우 복합적이었다.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는 개신교계에서는 평가가 박한 존재이다. 복음 전도자이자 문필가로, 노동운동과 생협운동의 시조이자 노벨상 후보까지 올랐던 가가와 도요히코가 훨씬 더 유명한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무교회주의자들이 그 한 줌밖에 안되는 소수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기 나라 역사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가장 당찬 개신교 신앙인으로 신앙적·사회적 증언을 남겼는가 살펴보려면 우치무라 간조를 여러 번 새겨 읽는 수밖에 없다. 점점 사람의 인생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일이 중한 일로 다가온다. 세월이 너무 늦게 깨우쳐준 지혜인가 싶다.

<양희송 | 청어람ARM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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