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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살충제 달걀’ 석달 전부터 숨긴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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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충남 농가서 비펜트린 초과 검출

유통 중지 행정조처뿐 공개 안해

“당시엔 발표 필요성 못 느껴” 변명



한겨레

살충제 성분이 나온 달걀을 폐기하고 있는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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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5월에 이뤄진 친환경 달걀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한 뒤, 해당 농가의 달걀을 폐기하도록 조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폐기 처분을 내린 당시는 물론이고 살충제 달걀 파문이 일고 나서도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20일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4월25일에서 5월26일까지 시중에서 유통 중인 달걀 검사(유통검사)를 통해, 충남 홍성의 한 농가가 생산한 달걀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허용기준치(0.01ppm)를 초과한 0.03ppm이 검출돼, 친환경 인증표시를 제거하고 유통 중인 달걀을 폐기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인증 조사에서 규정을 위반한 성분이 검출된 경우에는 통상 1~3개월 정도 ‘인증표시 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지자체에 통보해 유통된 달걀을 폐기하고 과태료를 물리도록 돼 있다.

충남 서산과 충북 충주의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넘기지 않아 친환경 인증 표시를 제거하는 처분에 그쳤다. 달걀 유통검사는 대형마트나 도매상 등에서 판매되는 달걀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4~5월 검사의 경우, 157종의 친환경 달걀을 수거해 검사가 이뤄졌다고 농식품부 쪽은 설명했다.

이런 행정처분을 하고도 농식품부는 결과 발표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 이번에 농가 검사 과정에서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이 검출되자, 모든 산란계 농장의 달걀 출하를 긴급 중지시키고 대대적인 전수검사에 착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일상적인 행정처분이어서 따로 발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살충제 문제가 불거진 피프로닐 성분까지 검출돼 검사를 확대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행정처분 내용은 농식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는 친환경 인증관리 정보시스템에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농가의 친환경 인증번호 등을 알아야 검색이 가능하고 살충제 검출을 비롯해 처분을 내린 이유 등도 표시돼있지 않다.

특히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금년 4~5월에 농식품부가 157건의 유통 중인 계란을 수거해 검사했지만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사실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비펜트린은 정부의 농가 전수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49곳 가운데 37곳에서 나왔을 정도로, 피프로닐보다 더 빈번하게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다.

농식품부는 13년 전인 2004년 3월 비펜트린에 대한 허용기준치를 마련한 이후, 지난해 9월 일부 표본(50종) 조사를 거쳐, 올해 들어서야 체계적으로 검사를 시작했다. 발표를 쉬쉬한 4~5월 유통조사는 농식품부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한 사실상 첫 공식 검사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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