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마에스트로와 클래식 아이돌의 만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정명훈과 조성진(앞줄 왼쪽부터).


64세 마에스트로와 23세 스타 피아니스트의 재회는 능숙하고 화려했다.

지난 18일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 오른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공연은 그야말로 한국 클래식 별들의 향연이었다. 두 사람이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것이 2년 반 전, 조성진이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기 전이었던 만큼 이번 무대에 쏠린 관심은 상당했다. 더욱이 연주할 곡은 둘의 단골 레퍼토리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8년 전 앳된 중학생 조성진이 서울시향을 이끌던 정명훈과 처음 만난 곡 역시 '황제'였다. 어느덧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자라난 후배 음악가를 바라보는 마에스트로의 시선은 자랑스러웠고, 둘의 합도 명불허전이었다.

지난 6월 티켓 오픈 즉시 5분 만에 2000개 좌석이 전부 매진되고 인터넷에 100만원이 넘는 암표가 등장했던 사실을 보여주듯 이날 저녁 롯데콘서트홀은 조성진과 정명훈의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우레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입장한 조성진은 머리 스타일 때문에 2년 전 쇼팽 콩쿠르 때 모습을 연상시켰다.

장대한 구조와 위풍당당한 색채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널리 사랑받는 '황제'를 젊은 거장 조성진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야심 차게 재해석했다. 한 음 한 음 또렷하고 생동감 있는 연주 속에서도 극적이고 서정적인 뉘앙스를 십분 녹여내며 관객의 감성을 건드렸다. 듣는 것만으로 관객 스스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조성진의 연주는 역시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유명한 정명훈의 지휘와 여느 때처럼 노련하게 좋은 궁합을 이뤘다.

지난 16일 간담회를 연 정 지휘자는 조성진을 두고 "재주 있는 아이들을 많이 봤어도 이만큼 놀랄 만한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는 정 지휘자가 주축이 돼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대학에서 활동 중인 실력 있는 한국인 연주자 위주로 구성한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인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OKO)'가 맡았다. 이경선 서울대 교수(악장·바이올린), 김유빈(베를린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채재일(전 서울시향 클라리넷 수석), 올리비에 두아즈(라디오프랑스필 오보에 수석) 등이 총동원된 OKO는 일회성으로 모인 프로젝트 악단치고는 좋은 합주력을 선보이며 두 주인공을 뒷받침했다.

조성진의 협연이 있던 1부가 끝난 뒤 2부에서 이들이 들려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역시 조성진의 '황제'가 자아낸 감동을 흩뜨리지 않았다. 무난했던 현악 파트에 비해 플루트와 오보에의 아름다운 솔로, 팀파니와 트럼펫의 능수능란한 연주가 돋보였다.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