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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반도체 신화` 탄생의 틀 닦은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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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삼성전자 前회장 별세

매일경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렇게 소개했던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스스로 전자인생을 살았다고 말했던 그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한국 전자산업의 기틀을 마련했고, 오늘날 삼성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깔았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오는 시기를 지켜준 의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강 전 회장은 1927년생으로 이병철 전 회장(1910년생)과 이건희 회장(1942년생)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국내 최초의 전자부문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19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 번째로 헌액된 인물도 바로 강 전 회장이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1996년 강 전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라면서 "세계 전자업계에서조차 강 회장을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경북 영주 출생인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했다. KBS와 미8군 방송국에서 근무한 데 이어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이사를 거쳐 1973년 삼성전자 상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이병철 전 회장의 강한 신뢰를 받았던 강 전 회장은 상무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전무로, 전무가 된 지 9개월 만에 다시 사장으로 발탁되는 초고속 승진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1973년 이병철 전 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하자 이듬해 단번에 삼성전자를 흑자로 돌려놨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였다. 이로써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20일 강 전 회장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강 전 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TV와 생활가전 등 사업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초석을 다진 선구자"라고 밝혔다. 특히 불모의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우리 시대 첨단 제조업을 일군 개척자적 경영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자공업진흥회장, 전자산업진흥회장,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2006년에는 서울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오르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금탑산업훈장, 벨기에 그랑그로스왕관훈장, 포르투갈 산업보국훈장, 정보통신대상, 장영실과학문화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강병창 서강대 교수, 강선미 서경대 교수와 강선영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3일.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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