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또 하도급 직원만 혹사?…진해 STX조선소 폭발사고 4명 사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석유운반선 탱크 도장 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가 휴일에 발생한 데다 사망자들은 모두 협력업체 직원으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이후 또다시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강조한 데 이어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대형 산재가 발생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일 오전 11시 35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4도크에서 건조 중인 석유운반선의 잔유보관(RO) 탱크 내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탱크 내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STX조선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숨진 근로자들은 30~50대로 깊이 12m·가로 3m·세로 4m짜리 탱크 내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중 강한 폭발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선박은 7만4000t급 석유운반선으로 공정률은 90%다. 이 선박은 2014년 그리스 선박회사에서 수주받아 10월 말 인도할 예정이어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고 원인은 작업장 폭발이지만 이면에는 이번 사고도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처럼 인도를 앞두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 직원들을 무리한 조업에 내몰아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STX조선의 현재 근로자 수는 원청 직원 1400여 명, 협력업체 직원 2500여 명으로 외부 인력이 더 많다. 법정관리 전인 지난해에는 원청 직원 2100여 명, 협력사 직원 4000여 명 등 총 6100여 명에 달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인력을 절반 가까이 대거 감축했다. 이번 사고도 인력 감축에 따른 무리한 조업 등으로 작업 수칙이나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날 작업에는 상당수 협력업체 직원이 동원된 것으로 나타나 협력업체 직원들만 위험한 작업에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휴일인 이날은 막바지에 몰린 공정 작업에만 최소 인원이 투입돼 특근을 했다. 하지만 원청 직원 40여 명, 협력업체 직원 230여 명으로 80%가 외부 인력이었다. 지난 5월 근로자의 날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당시에도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 출근해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서 측은 안전의무 위반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사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STX조선 측은 이번 사고에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6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막 재기를 모색하는 시기에 대형 사망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STX조선은 지난달 21일 그리스 선사에서 5만DWT급 중형 탱커 4척(옵션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프랑스 선사 소카트라와 옵션 2척을 포함해 총 4척의 MR탱커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도 161억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흑자전환하는 등 재기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사망사고로 이 같은 상승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대통령을 비롯해 새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에 엄중하게 대처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처음 발생한 다수의 인명 피해 사고여서 안전불감증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강도 높은 후속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들과 만난 그는 "도색 작업 중 폭발 사고가 있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유족들에 대한 피해 보상, 관련자 처벌 등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