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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1알 1천원 안아까워"…엄격해진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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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충제 계란 파동 / 방목계란 대박 터뜨린 양계장 찾아가보니 ◆

매일경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에 있는 아라리농장. 울창한 수림을 자랑하는 죽엽산 품에 안겨 있는 이 농장은 유정란(암·수탉 짝짓기 후 낳은 달걀)을 생산하는 곳이다. 아라리농장을 찾은 지난 18일 오후 농장에 들어서자 넓은 뜰과 수풀에서 뛰어노는 닭과 병아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근 TV 화면을 장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공장식 닭장은 딴 세상 얘기였다.

아라리농장의 계란 1알은 1000원에 팔리는 고가 상품이다. 하지만 요즘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도심 내 대형마트 계란 코너엔 팔리지 않은 물량이 쌓여 있지만 이곳 계란은 나오기가 무섭게 포장돼 팔려나가고 있다. 물량이 달려 주문하려면 대기자에 이름을 올려놓아야 할 정도다. 농장주인 윤석진 씨는 "맨날 닭들이 '흙목욕'을 하는데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오겠느냐"며 "인터넷, 지인 소개 등으로 우리 농장을 찾아 새로 계란을 주문한 고객들이 최근 사흘만 50명쯤 된다"고 말했다.

20일 매일경제가 전국 주요 방목계란 산지와 유통업계를 취재한 결과,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좁은 닭장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키운 '방목(cage-free) 계란'이 특수를 맞고 있다.

방목계란은 좁은 닭장 안에서 닭을 키워 생산되는 계란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비싸다. 닭장 안에서 생산되는 일반 1등급란은 개당 230원 정도에 판매되지만, 방목 계란은 개당 최고 1000원에 달하고 웬만한 제품도 500원을 웃돈다.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주부들이 많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주로 대형마트에서 대기업 브랜드, 유통기한, 가격만 보고 구매하던 주부들이 이젠 직접 방목계란을 생산하는 목장을 찾아 나선다. 계란에 인쇄된 난각코드를 검색해 '살충제 계란'인지를 알아보는 것은 기본이고, 유기축산물·동물복지 등 친환경 인증마크의 종류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등 소비패턴이 확 달라졌다.

친환경 농축수산물 판매장인 생활협동조합(생협)을 찾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생협인 '한살림'(자연방목란 판매점) 매장에서는 개점하자마자 유기농 유정란이 동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살림은 현재 계란을 1인당 1판만 살 수 있도록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일부 살충제 검사항목이 누락된 420개 농가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수검사에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주요 문제 약제에 대해선 검사를 마쳤지만 일부 검사기관에서 29종 살충제 성분 중 일부를 누락한 데 따른 것이다.

[포천 = 홍종성 기자 / 보성 = 박진주 기자 / 구미 = 우성덕 기자 / 서울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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