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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삼성전자 C랩 프로젝트 '릴루미노'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돌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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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여?”라는 질문에 한빛맹학교 학생이 “응!”이라고 밝게 외쳤다. 평소에는 책에 얼굴을 파묻어야 겨우 글자를 읽었던 아이다. 마치 처음 세상을 보듯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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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릴루미노' 팀원들이 시각장애인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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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술로 시각장애인이나 저 시력자가 깨끗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 나왔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랩)'에서 탄생한 '릴루미노'가 주인공이다.

릴루미노는 '빛을 돌려준다'는 뜻의 라틴어다. 지난해 6월 조정훈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리더(CL)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발단이 됐다.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92%가 여가 활동으로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각장애인 10명 중 8명 이상은 빛과 명암을 구분할 수 있는 '저시력' 수준으로 잔존 시력이 있다. 조 CL은 시각 장애인의 남아 있는 시력을 활용해 좀 더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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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릴루미노' 팀 조정훈 CL(Creative Leader)이 시각장애인이 사물이나 글자를 보다 뚜렷이 볼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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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으로 바로 사업을 추진하긴 힘들었다. 조 CL은 삼성전자 C랩에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곧 선정됐다. 삼성전자 내부 직원을 팀원으로 충원해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프로젝트 핵심은 VR를 통한 화면 보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기어 VR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시각장애인이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사물 윤곽을 강조하는 역할은 앱이 담당한다. 시야 중심이 일그러져 보이는 황반변성 증상은 가운데 영상을 가장자리로 옮기는 '이미지 리맵핑(Image ReMapping)' 기술로 해결했다. 글자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씨만 도드라지는 색 반전 효과도 줄 수 있다. 사용자에 맞춰 컬러 필터를 씌우는 기능을 적용해 눈 피로를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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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루미노 독서모드 적용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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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창의개발센터 전폭적인 지지로 팀을 꾸린지 3개월 만에 시제품이 탄생했다. 한빛맹학교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반복적인 필드테스트를 거쳤다. 올해 1월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과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보조기기를 착용한 최대 교정 시력이 0.1 이하였던 사람이 릴루미노를 통해서는 0.8 이상까지 시력을 끌어 올렸다.

삼성전자 C랩과 릴루미노는 외부에서도 쉽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경 형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1년 과정인 C랩 프로젝트를 한해 더 연장해 진행하는 것도 릴루미노가 처음이다.

조 CL은 “시각 장애인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안경 타입 릴루미노를 개발할 것”이라면서 “1년 안에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릴루미노 외 C랩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를 연이어 시장에 쏟아진다. 망고슬래브가 개발한 점착 메모지프린터 '네모닉'과 이놈들연구소 스마트밴드 '시그널'이 다음달 정식 출시된다. 시그널은 신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체전도)을 적용한 제품으로 킥스타터에서 147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전자는 C랩 프로젝트 중 25개는 스핀오프해 스타트업으로 재탄생했다. 올 하반기까지 10개 스타트업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기존 삼성전자 조직 시스템과 소규모 스타트업 혁신적 구조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C랩을 이끌어 갈 것”이라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 확보를 위해 C랩 출신 스타트업과 협력해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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