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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살충제 피프로닐, 한국인이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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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김주한 교수, 대륙별 취약 유전자 분석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계란에서 나온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인체 내로 침투하면 한국인 등의 동아시아인에게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맞춤 의학' 전문가인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교실 김주한 교수는 피프로닐 성분이 인체 내에 들어갔을 때 결합하는 수용체를 세계적으로 공개된 2천504명의 빅데이터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김 교수는 같은 양의 피프로닐이 인체에 침투했을 때 한국인이 다른 인종보다 평균치에서 벗어나는 '취약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석결과 한국인은 피프로닐에 대한 취약 위험도가 북미인보다 약 1.3배, 아프리카인보다 약 2.5배, 서남아시아인보다 약 10배가량 높았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동물의 기생충 치료에 사용되는 피프로닐은 체내에 침투하면 신경전달물질(GABA)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을 흥분시켜 죽게 한다. 이 약물은 사람의 옴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같은 방식으로 신경독성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김 교수는 "피프로닐의 안전성이 우려되고 있지만, 아직 인체에 얼마만큼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가늠할 길이 없다"면서 "다만, 이미 공개된 약물의 작용 메커니즘과 인종별 유전자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이 약물에 취약한 그룹과 개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연구가 향후 식품에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살충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맞춤의학 방식의 빅데이터를 응용하면 살충제 성분이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해봄으로써 우리에게 좀 더 안전한 살충제를 예측할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동일하게 처방하고 나서 문제가 생긴 후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세계 2천504명에 대한 DNA 분석 샘플의 인종적 분포. 아시아, 유럽, 미주, 아프리카 전체에서 대표성있는 인종군을 추출해 표준 DNA 서열을 분석한 것이다. [김주한 교수 제공=연합뉴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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