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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살충제 계란보다 더 걱정스러운 정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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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드러난 우리나라 식품 안전 관리는 충격적이다. 생산 농가와 민간 인증기관의 도덕적 해이에서부터 정부의 무능과 부실 관리에 이르기까지 민·관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다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제품보다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어야 할 '친환경 인증'은 허술하기 그지없는 제도로 판명났다. 한 동물 약품점은 양계 전문이라면서 닭에게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을 불법 제조 판매하고 있었다. 64개 민간 인증기관이 난립해 전체 산란계 농가(1456곳) 중 절반 이상에(780곳) 친환경 인증을 줬다. 정부가 민간에 인증 업무를 이양하는 것 자체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그게 우리나라에선 건당 80만원짜리 인증서 장사로 변질됐다. 계란뿐 아니라 농축산물 등에도 인증이 남발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농축산물 등의 인증 품목 수만 7만8000여 개다. 정부의 인증제 관리 자체가 부실하다.

정부의 위기 수습 능력도 수준 이하였다. '살충제 계란'이 검출되자 농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두르느라 전수 조사의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조사 대상 농가에 전화를 걸어 "샘플용 계란을 준비하라"거나 "마을회관으로 계란 한 판씩 가져오라"는 식의 졸속 조사를 해 불신만 더 키웠다. 생산 단계의 안전은 농식품부가, 유통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한다. 두 담당 부처가 손발이 맞질 않아 발표하는 수치도 달랐다. 식약처는 유통 단계에서 '살충제 계란'을 단 2건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대형 마트 등만 파악할 뿐 중간 유통상을 통해 재래시장이나 영세 업체에 판매되는 것은 추적도 못 했다. 식약처장은 현안 파악도 못 하는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총리가 식약처장에게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했겠나. '살충제 계란'보다 더 걱정스러운 게 식품 안전 관리 전반의 후진성이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정부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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