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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도, 중국 IT제품 조사… 국경싸움이 무역싸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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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품 93종에 반덤핑 관세까지… 中 "뒷감당 각오하라"]

인도 "中 제품이 개인정보 도용"… 상반기 對中 제재, 美보다 많아

中 "인도 투자 여부 재검토… 우리에게 도발하지 말라"

양국 정상회담도 무산될 듯

조선일보

시진핑(왼쪽), 모디.


중국과 인도군의 국경 대치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양국 간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주 중국산 제품 93종에 대해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산 IT 제품의 보안 위험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 기업들은 인도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인도는 뒷감당을 해야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했다.

17일 중국 차이신망 등에 따르면,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상공부 장관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지난 9일부터 93종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중국산 석유화학·철강·비철금속·섬유·기계류·플라스틱·전자제품 등이다. 시타라만 장관은 또 "인도 상공부 산하 반덤핑이사회(DGAD)가 중국산 수입품 40종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자국 시장에 진출한 21개 해외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대대적인 보안 위험 조사에도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미국 애플과 한국 삼성전자 등이 포함됐지만 이번 조사의 진짜 타깃은 중국 업체들이라고 홍콩 동망은 전했다.

중국 제품과 기업을 겨냥한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6월 중순부터 중국과 인도 국경에서 양국 군대가 대치를 시작한 이후 나왔다. 인도 정부는 이들 조치가 양국의 대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다수의 중국산 전자제품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중국 서버에 저장한다"며 "양국 군대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는 인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인도 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반발했다. 관영 영자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인도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촉발하는 도발 행위를 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인도 투자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또 "인도는 이번 조치들이 초래할 결과에 뒷감당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인도 수출은 594억3000만달러였던 반면 인도의 대중(對中) 수출은 117억5000만달러로 양국의 무역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전자 통신 설비, 공업 기계 등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팔고 인도는 면화, 광석, 가죽 등 값싼 제품을 주로 팔면서 무역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은 2017년 1분기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51.4%를 차지하는 중국산 IT제품이 인도에서 약진하고 있다. 인디아타임스 등은 "인도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지금처럼 높아지면 인도의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올 상반기 미국을 제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은 무역 제재 조사를 벌였다. 이 기간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제재 조사는 15개국 37건이었는데, 이 중 인도가 12건으로 미국(11건)보다 많았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란젠쉐(藍建學) 연구원은 "인도는 대규모 무역 적자를 우려해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 한다"고 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대치는 양쪽 다 전쟁도 화해도 못 하는 상황에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 국가회계국이 인도군이 열흘간 쓸 수 있는 실탄만 보유하고 있는 등 전쟁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 결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인도군 총사령관은 지난 6월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력 면에서 우위인 중국 역시 경제적 파장과 국제사회 비난을 우려해 인도를 먼저 칠 상황이 아니라고 SCMP는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3~5일까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모디 인도 총리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명보나 동망 등 홍콩 언론은 "모디 총리가 회담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했다. 두 정상이 별도 정상회담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되면 중국이 인도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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