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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김주하의 8월 17일 뉴스초점-'원기소 폐기'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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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소를 아십니까.

원기소는 1960~70년대 대표적인 국민 영양제였습니다. 친구가 고소한 원기소를 한 주먹 씹어 먹으면 한껏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죠.

세월은 흘러 흘러 각종 영양제들이 나왔고, 그렇게 서서히 잊혀진 원기소가 포탈 검색어 순위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어제 식약처가 원기소에 약효가 없다며 판매를 금지했거든요. 때문에 원기소 이름이 들어간 다른 정상 제품을 팔고 있는 약국과 대형마트는 쇄도하는 반품 문의로 일대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정작 식약처에서 판매 금지를 발표한 서울약품공업회사는 이미 1980년에 부도를 맞아 생산이 중단된 휴업회사였고 당연히 제품도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문서상으로만 남아있는 제약사 앞으로 줄기차게 공문을 보내고, 회사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며 이미 사라진 제품에 판매금지 처분까지 내린 거죠.

식약처는 행정절차는 밟아야 하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건 맞죠.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위상이 높아진 지 벌써 4년. 덩치는 커졌는데 일하는 걸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당장 최근엔 식약처의 수장이 해외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안심하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결국 닷새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죠.

햄버거병 파장 때도 식약처가 점검에 나서긴 했지만 부실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액체 질소'로 만든 용가리 과자를 먹고 초등학생이 위에 구멍이 났는데도 무허가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청에서 처로 격상된 이유는 국민의 식품 안전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관리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유령회사에 공문이나 보내는 탁상행정과 안이한 대응이 계속된다면 식약처의 위상은 둘째치고 국민은 지금보다 더 큰 먹거리 참사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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