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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아베 뒤에 일본회의, 그 뒤엔 종교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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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최대 우익단체의 기원과 실체 해부

사상적 뿌리는 신흥종교집단 ‘생장의 집’

일제 토대였던 민족종교 ‘신도’가 기둥



한겨레

일본회의의 정체
아오키 오사무 지음, 이민연 옮김/율리시즈·1만4000원


<교도통신> 서울 주재 특파원을 지낸 일본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아오키 오사무가 ‘일본회의가 위험하다고 보느냐’고 시마조노 스스무 도쿄대 명예교수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예,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쟁 전으로의 회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오키의 <일본회의의 정체>(2016)는 일본 우익 최대 로비단체 ‘일본회의’를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책이다. 일본회의의 ‘국회의원간담회’ 가맹의원은 중·참의원 합해서 281명(2015년)이다. 이들 중 집권 자민당 의원이 약 90%를 차지한다. 아베 제3차 내각 각료 20명 중 13명, 즉 65%가 그 간담회 회원이었고, 2014년 제2차 내각 때 그 비율은 80%에 달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대다수 각료가 일본회의 멤버란 얘기다. 일본회의 지방의원연맹 소속 의원 수도 1700명이나 된단다. 이쯤 되면 일본을 움직이는 것이 일본 정부인지 일본회의인지.

일본회의의 ‘기본운동방침’은 황실 존숭(천황제 부활, 국민주권 부정), 헌법 개정, 국방의 충실(재무장), 애국 교육 추진, 전통적 가족 부활이다. 그야말로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치달은 쇼와(히로히토 천황) 시대 전시체제로의 반동적인 ‘원점회귀’다.

일본회의는 1997년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지키는 모임)이 통합, 결성한 조직이다. 국민회의는 1970년대 중반 쇼와 재위 50년 봉축행사와 원호(연호=쇼와) 법제화, 기원절(건국기념일) 부활 운동을 펼친 재계와 정계·학계·종교계 우파인사들의 조직이다. 지키는 모임은 1930년대에 “일본정신의 현현”을 내세우며 창설해 한때 신자 수가 300만이 넘었던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 교주 다니구치 마사하루(1893~1985)의 사상을 교의로 삼아 1974년에 결성된 종교 우파조직이다. 다니구치의 대표작인 <생명의 실상>이 무려 1900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생장의 집’에 관한 서술. 다니구치의 첫 작품 <황도령학강화>(1920)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전세계 인류가 행복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면, 날 때부터 신이 지도자로 정한 일본 황실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 “시작부터 일본은 세계의 지도국이며, 일본인은 세계의 지도자로서 신에게 선택받은 거룩한 백성이다.” 이 과대망상적이고 침략적인 자민족중심주의는 ‘사상·신앙 개조로 질병을 치유하고 인생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언설과 함께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일본회의의 핵심 멤버 다수가 바로 이 다니구치가 만든 ‘생장의 집’ 열성 신도들의 자식이다.

예컨대 일본회의 사무총장 가바시마 유조는 1960년대 중반 일본 대다수 대학을 신좌익의 전공투 운동이 장악하고 있었을 때 규슈 나가사키대에서 우파운동단체인 ‘유지회’를 만들어 안도 이와오 등과 반좌익 투쟁을 벌였다. 가바시마는 스즈키 구니오의 와세다대 유지회 운동과 더불어 일본 학생운동의 흐름을 바꾼다. 이들은 후일 일본회의의 핵심세력을 이룬다.

여기에 이세 신궁을 본종으로 하는 ‘신사본청’을 정점에 둔, 막강한 금력과 동원력을 지닌 종교집단 ‘신도’(神道)가 가세한다. 일본회의의 뿌리(원류)가 ‘생장의 집’이라면, 현재 일본회의를 지탱하는 주축은 전쟁 전 국가·민족종교로서 천황제와 일체였고 지금 그것을 다시 꿈꾸는, 전국 8만개의 신사를 거느린 ‘신도’ 집단이다.

그들을 촉발한 건 패전 이후 체제에 대한 울분, 군림했던 이전 체제에 대한 향수와 민족적 우월감, ‘과거의 영광’과 동일시되는 국체(천황제)를 부정한 좌파 및 공산 혁명에 대한 불안과 거부, 1990년대 냉전 붕괴와 급속히 힘을 키운 중국 등 주변국의 성장과 일본의 상대적 약화 및 전망 불투명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감이라고 지은이는 정리한다. 그런 그들이 아베 정권과 일본을 움직이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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