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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트럼프 오른팔 "북핵 군사 해법 없다" "중국과 경제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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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미 진보매체 인터뷰

"중국과 경제 전쟁중...한반도는 지엽적 문제일 뿐"

중앙일보

스티브 배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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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 그건 잊어버려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온라인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에선 대북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는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만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의 1000만 명이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방정식을 풀 때까지,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군사적 해법이 가져올 막대한 인명피해를 거론한 것이다. 한반도 위기에 불을 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배넌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확실히 동결시키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와 같은 협상은 요원해(remote) 보인다고 말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앞서 미국 외교계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면 북한 지역에 대한 병력 배치 제한에 있어 정치적 지분을 갖게 될 거라고 전망한 바 있다.

대중 강경론자인 배넌은 실상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더 많은 걸 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상호 합의한다 해도 핵을 억제하는 데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명령으로 촉발된 무역 갈등에 대해선 "우리는 중국과 경제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미국·중국) 중 하나가 25~30년 내 패권국이 될 거고, 우리가 주저앉는다면 그들이 패권을 잡게 될 것이다. 한반도 건으로 그들이 우리를 툭툭 건드리고 있지만, 그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배넌은 "나에게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에 미친 듯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5년~10년 사이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배넌의 경제 전쟁 전략에는 소위 '수퍼 301조'에 의거한 중국 기업의 기술 인수 제한 및 철강·알루미늄 덤핑에 대한 후속 제재가 포함된다. 하지만 배넌의 의견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그와 같은 중국과의 경제 전쟁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많다. 미국이 북한과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베이징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방부, 무역 시스템을 망치고 싶지 않아 하는 재무부와 국가경제협의회 등이다.이에 대해 배넌은 "그들은 오줌을 지리고 있다(wetting themselves)"면서 북한과의 전쟁 위기로 수퍼 301조를 보류했던 건 일시적 조치일 뿐이며, 3주 안에 부활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301조 발동을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배넌은 "매일 싸우는 중"이라면서 보좌진간의 갈등설을 확인해주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 내 비둘기파와 대항하기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외부의 매파와 연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극우 성향인 '대안 우파'(alt-right)로 분류되는 배넌은 최근 논란이 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패배자들", "비주류들"이라고 비난하며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미디어가 너무 그들을 이용했다면서, 그들을 궤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광대 컬렉션"이라고도 했다.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창간한 배넌은 최근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시위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조언을 한 것을 계기로 경질설에 휘말렸다.

그는 "만약 좌파가 인종과 정체성에 초점을 둘 때, 우리가 경제 국수주의를 따른다면 민주당을 뭉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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