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산업안전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만들어낸 산업재해의 획기적인 감소대책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오히려 이런 조치를 왜 이제야 실시하는지 자책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산재 사망 왕국에 은폐 공화국이다. 산업현장의 원-하청 구조에서 나타나는 부조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재율은 선진국의 1/4밖에 안되는데 사망자는 훨씬 많은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오래전부터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산재 사망자 수는 969명으로 1000명에 육박한다. 전년보다 14명이나 증가한 수치로 좀처럼 줄지 않는다.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0.58로 미국(0.36)·독일(0.16)등 주요국보다 한참 높다. 게다가 사망자 중에서 하청 소속 비율이 높고 그마져도 증가추세다. 사망한 근로자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 비율은 지난 2014년 39.9%에서 2015년 42.3%, 2016년 42.5%까지 매년 증가했다.
이번 대책의 촉발제가 된 조선ㆍ건설업의 통계를 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사망자 중 하청업체 소속 비율을 보면 건설이 98.1%, 300인 이상 조선업은 88.0%다. 산재 사고로 숨진 10명 중 9명은 하청업체 소속이란 얘기다. 그야말로 위험작업의 외주화이자 하청업체로의 사망자 떠밀기다. 게다가 웬만한 사고는 산재보험료 인상이 무서워 산재처리도 하지 않는다. 못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하청업체 산재 처리율이 10%에 불과한 이유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높은 위험작업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그 반대여도 한탄할 일인데 이같은 이중고가 없다.
정부는 지난 4월 산업재해 은폐를 근절하고 사업주의 산재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번엔 원청ㆍ발주자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손 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 국회가 괜한 정치싸움으로 입법을 지연시키지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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