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며칠 동안 오르내리고 있는 단어인데도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뭔가 좀 다른 방식의 조사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한자를 가르치지 않은 탓에 단어의 뜻을 얼추 알고 대강 쓰는 언어 생활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개선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전수조사는 한자로 ‘全數調査’라고 쓴다. ‘온전 전’, ‘숫자 수’, ‘고를 조’, ‘조사할 사’로, 전체 숫자를 다 조사한다는 뜻이다. 일부만 표본으로 가려서 조사하는 것을 ‘표본조사’라고 하는 데 대해 가려 뽑지 않고 전체를 다 조사하는 것이 바로 전수조사인 것이다. 한자만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 한자를 모르는 탓에 그저 ‘수사의 한 방식’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수조사라는 말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는 ‘모두(all)’에 대한 한자 단어로 ‘전체’를 사용한다. 전수조사라는 단어 외에 다른 곳에서 ‘모두’라는 개념을 전수(全數)라고 표현하는 예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전수조사’는 ‘전체조사’라고 바꿔 사용하는 게 맞다. 전수조사는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어이기에 하는 말이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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