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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보이지 않는 稅' 자동차 세금. 사상 최대 40조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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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와 무관한 교육세 등 11단계 복잡한 세제 구조가 원인

조세 저항 작아…총 세수 비중은 14.1%로 선진국 보다많아

"90년도 초반엔 6조원대, 7배로 증가한 것은 과다 부담"

자동차 관련 세금 징수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를 구매해 등록하고 보유하면서 운행하는 전 과정을 통틀어 국민이 지난해 낸 자동차 관련 세금은 40조6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금액으로, 징수액이 4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관련 세금은 2011년 34조715억원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주춤하고, 개별소비세 감면 등이 있었음에도 징수액이 늘어난 것은 복잡한 세제 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자동차 조세 항목은 형식적으로는 ▶구매 단계에서 개별소비세ㆍ부가세 ▶등록 단계에서 등록세ㆍ취득세 ▶보유 단계에서 자동차세 ▶이용 단계에서 유류개소세ㆍ주행세ㆍ부가세 등 총 8종류다. 하지만 개소세ㆍ자동차세ㆍ유류개소세에 자동차와 무관한 교육세가 포함돼 실제로는 11종류의 세금을 납부한다.

이 가운데 특히 부가세ㆍ유류개소세ㆍ교육세 등은 소비자들이 세금을 낸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경제 활동의 증가에 따라 자동차를 운행ㆍ관리하는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국민이 보이지 않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 것이다.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2200만 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이런 세금은 정부가 조세 저항 없이 세수를 충당하는 데 더없이 좋은 세원이다. 여기에 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졌고,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진 점도 세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이정권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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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자동차가 옛날에는 사치품에 해당해 세금을 많이 부과했다”며 “지금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됐는데 아직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등 세금 체계는 여전히 옛날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 총 세수에서 자동차 관련 세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동차 관련 세금이 지난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에 달한다. 미국ㆍ일본ㆍ독일ㆍ영국 등 다른 자동차 선진국은 이 비중이 10% 를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세금에 대한 국가 재정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경쟁국에 비해 높은 세율로 가계 부담이 증가할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재원을 빼간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자동차 산업이 위축될 경우 국가 및 지방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복잡한 세금 항목을 간소화하고 과중한 조세 부담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세제는 ‘퍼즐’ 수준이다. 미국ㆍ독일ㆍ영국은 세금 종류가 4종류를 넘지 않는다. 한국과 세금 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7종류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과하는 자동차 관련 세금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실질적인 조세 부담률이 높아졌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동차 기업 임원은 “90년도 초반만 해도 6조원대에 불과하던 자동차 관련 세금이 25년 새 거의 7배로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조세 부담이 과중하다”며 “3중으로 부과되고 있는 교육세를 일원하하는 등 구조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관련 세금 중 자동차세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돼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온다. 한국의 자동차세는 가격이 아닌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 배기량은 작지만, 출력이 높고 가격이 비싼 차가 다수 출시되면서 되레 고가 차량 소유자가 자동차세를 적게내는 조세 역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배기량 1997cc의 SM6(약 3000만원)는 51만9220만원을 내야한다. 7000만원이 넘는 BMW 520D(1995cc)에 부과되는 51만8700원보다 내야하는 세금이 더 많다. 공시가격 3억원짜리 아파트의 보유세(재산세+도시계획세+지방교육세)는 57만6000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바꿀 경우 연간 최대 3조4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 단계에서는 차량 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하고, 주행단계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고려한 환경세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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