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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軍 정신 건강 위해 '마음 공부'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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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성 최초 미군 불교 군종장교 된 김일덕 교무]

美해군서 먼저 군종장교 제안, 9개월간 자격심사 거쳐 뽑혀

성직자 10년 경력으로 대위 임관

원불교 대산 종법사의 손녀 "할아버지처럼 사는 게 목표"

"할아버님(원불교 대산 종사) 곁에 서면 모두들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푸근해졌어요. 제게는 살아 계시는 부처님 같았죠. 제 목표도 할아버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미군 최초의 한인 여성 불교 군종장교로 원불교 LA교당 김일덕(39) 교무가 임관했다. 김 교무는 지난 6일(현지 시각) LA교당에서 임관식을 갖고 미 해군 예비역 불교 군종장교(대위)로 임관했다. 임관식에는 제이슨 매슈 디핀토 미국 해군 해안경비대 11지구 군종지휘관(중령)과 김복인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 총장), 양윤성 교무(미주서부교구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디핀토 중령은 임관식에서 "김 대위는 뛰어난 종교적 진실성과 인내심을 통해 군종장교로 복무할 수 있는 의지를 갖췄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한인 여성 최초의 미 해군 불교 군종장교로 임관한 김일덕(가운데) 교무가 지난 6일 원불교 LA교당에서 임관식을 갖고 디핀토(왼쪽에서 둘째) 중령 등과 함께 기념 촬영했다. /김일덕 교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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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그리스도교(개신교·천주교), 이슬람, 유대교, 불교의 군종장교를 둔다. 현역과 예비역으로 구분해 모집하며 김 교무의 경우 예비역으로 선발됐다. 해군에만 약 1100명의 군종장교가 있으며 불교 군종장교는 10여명이라고 한다. 원불교는 불교로 분류돼 김 교무는 불교 군종장교로 근무하게 된다.

김 교무는 할아버지, 아버지(김성은)에 이어 3대째 원불교 성직자다. 대산(大山) 김대거(金大擧·1914~1998) 종사가 할아버지다. 대산 종사는 1962년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로 선출된 후 32년간 재임하며 원불교가 오늘날 한국 4대 종교의 반열에 오르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김 교무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마쳤고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성직자인 교무가 됐다. 이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교당에 근무했고 2016년 원광대 대학원 원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무는 16일 본지 통화에서 "어린 시절 할아버님은 제 롤 모델이었다"고 했다. "할아버님은 한 번도 제게 '교무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신 적이 없었지만 막상 제가 '교무가 되겠다'고 말씀드리자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어요."

김 교무는 "지난해 원광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력 공유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에 이력을 올렸더니 해군에서 '군종장교로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며 "처음엔 '스팸 메일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가 아님을 확인하곤 '뭔가 뜻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군종장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후 9개월에 걸친 자격 심사, 신체검사, 면접, 신원 조회 등을 거쳐 최종 임관이 결정된 것. 일반적으로 군종장교는 중위로 임관하지만 김 교무는 10년 이상의 성직자 경력과 박사 학위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위로 임관했다.

김 교무는 "앞으로 2주간 군사학교, 7주간 군종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부대를 배치받게 된다"고 말했다. 부대 배치 후에는 1개월에 최소 2일 이상 근무하게 된다. 군복을 입고 근무할지, 일반적인 원불교 여성 교무처럼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근무할지는 부대 배치와 훈련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김 교무는 "앞으로 미군 장병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원불교의 마음 공부, 마음 챙김을 널리 알릴 것"이라며 "미군의 요청도 그렇고 제 생각도 그렇다"고 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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